도전 받는「퐁피두」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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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월20일의「보르도」보선으로 프랑스 정계엔 때아닌 돌풍이 일고있다.
「보르도」시장이자 수상인「자크·샤방-델마스」후보가 수상직을 내걸고 그의 의원직 대행자 사망으로 실시되는 보선의 결전에 임하자 야당은「퐁피두」정권의 급소를 찌를 셈으로 좌파 단일후보를 내세우려 했다. 그러나 공산당을 끼어 주느냐 마느냐하는 문제를 두고 사회당의 거물「알렝·사바리」와 급진 사회당의 스타 정객「세르방·수레베르」의 옥신각신으로 단일 후보 안은 깨지고 말았다.「사바리」측은 공산당을 포함한 전통적 좌익의 단합을,「슈레베르」는 노후한 공산당을 제외하고「장·뤼카뉘에」씨의 중도우파와 합세해 구 이데올로기를 청산한 현실주의적 혁신통합을 주장했다.
이 싸움으로 연일 성명 전을 벌이다가 급기야 등록마감 15분을 앞두고 지난번 낭시 보선에 당선된 현직 의원인「슈레베르」의 극적인 출마선언이 나왔고, 여-야 10명의 후보가 난전하게 됐다.
「슈레베르」는 현직 의원인 만큼 국회의원 자리를 탐낼 이유는 없다. 때문에 이번 그의 출마는 순전히「퐁피두」체제의 거목「샤방-델마스」수상을 꺾어 버리려는『오기』라고 밖엔 볼 수 없다.
프랑스 선거법은 의원이 입각하면 의원직을 자 파의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도록 규정해「샤방-델마스」수상이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은 보르도 대학이학부장「자크·발라드」교수에게 넘어갈 것이고「슈레베르」역시 당선되더라도 사퇴하고 낭시 선거구만 맡겠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출마의 목적은 순전히『수상을 홈·그라운드에서 패배시켜 후기「드골」체제에 대한 불신임을 증거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슈레베르」는「퐁피두」정권의『지방민 푸대접』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그의 개인적 매력과 야 심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현지 시장을 지낸「샤방-델마스」후보의 관록과 인기를 꺾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보르도 보선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각색한 사건은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회사가 프랑스에 건설하려던 동력전달장치의 제작공장자리가 지난 6월23일 갑자기 계획을 변경, 애초의 샤를비유·메지에르를 취소하고 공교롭게도 보르도로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이건 프랑스 조야를 진짜 호떡집의 불난 꼴』로 만들어 버렸다.
변명인즉 보르도는 보다 적격의 노동력과 이공계 대학, 훌륭한 공항, 항만시설을 구비해 그랬다는 이야기나 사실은「샤방-델마스」수상의 입김이 작용한 선거운동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난처해진「샤방-델마스」수상은 보르도 시장자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 캠페인을 벌였으나「슈레베르」만만치 않아 샤를비유·메지에르 시장을 비행기로 모셔다가 함께 기자회견현장에 나타나 질문공세를 폈다.
『프랑스의 현 지도층이 이처럼 타락한 줄은 몰랐다』는 서두와 함께 포문을 연 「슈레베르」를 향해「샤방-델마스」수상이『당신은 정치인이냐 기자냐』고 묻자, 전 렉스프레스 편집장인「슈레베르」도 지지 않고『내가 기자로 온 것이나 당신이 보르도 시장으로 나온 것이나 피장파장 아니냐』고 응수해, 백중한 입씨름을 벌였다.
「샤방-델마스」수상이 화가 나 퇴장한 다음「슈레베르」와「샤를비유·메지에르」시장은 단상을 점령하고「헨리·포드」2세가 보낸 전문을 공개했다.『부득이한 사정으로 계획을 변경하니 미안하다』는 내용. 그『부득이한 사정』이 무엇인지는 불문가지가 아니냐고 삿대질을 했다.
어떻든『프랑스의 영광』을 계승한「샤방-델마스」수상의 구세대에 대한『새로운 점은 프랑스』를 대변하는「슈레베르」의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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