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길 험난할 석유 화학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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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나라 석유 화학 공업은 자본, 원료 조달, 생산 규모와 기술 등 모는 면에서 많은 문젯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한은이 조사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 나라 석유 화학공업은 자본과 원료, 그리고 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다 규모의 영세성 때문에 가격 면에서 국제 경쟁이 어려운 실정이다.
중화학 공업의 적극 육성을 다짐하는 정부는 현재 중공업 분야에서 종합 제철과 4대 핵심 중공업 공장을, 화학 분야에서는 11개의 석유 화학 계열 공장을 각각 건설중인데 이제 와서 종합 제철을 건설 중이라고 해서 우리 나라에 철강 공업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석유 화학공업의 범주에 드는 기존 공장들도 많다.
부실 기업 정리 조치 때 첫 케이스로 등장했던 PVC를 비롯, 각종 합성수지 공장과 합성직유 및 합성 세제 공장 등 석유 화학공업에 속하는 공장들은 많은 것이다.
다만 이들은 모두가 기초 원료를 수입, 최종 제품을 생산해내는 공장들이며, 이 점에서 정부가 현재 울산에 건설중인 각종 기초 원료생산 공장들과 다르다.
우리 나라 철강 공업의 특징은 원료공장 (제철)보다 중간 소재 공장 (제강)이 비교적 많은 편이고 또한 중간 소재 공장에 비해 최종 제품 공장 (압연)은 과잉 상태에 있다는 점인데 석유 화학 공업의 경우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욱 심하여 기초 원료 공장은 하나도 없이 약간의 소재 공장과 수많은 최종 제품 공장들이 난립해 있다.
석유 화학제품의 수급 현황을 보면 국내 생산량이 66년의 7천4백t에서 69년에 8만6천9백t으로 3년간에 12배가 증가되기는 했으나 급격한 수요 증가를 메우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66년에 3만t에 불과했던 석유 화학제품 수입량이 69년에는 14만6천t으로 늘어났다.
제품별 수급 구조를 보면 우리 나라 석유 화학 공업이 얼마나 불균형하게 개발돼 있는지 더욱 선명해 진다.
즉 합성 수지 수요량은 연간 14만6천t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소비량이 가장 많은 폴리에틸렌(전체의 63%) 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PVC (25%) 는 80% 가까이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합성 섬유는 나일론과 아크릴 분야에 집중 투자되고 여타 부문은 소홀하여 일부 품목이 공급 과잉 상태에 있으면서 전체적으로는 합성 섬유 총 수요의 56%를 수입에 의존하고있는 실정이다.
한편 합성 고무는 전량을 수입에, 합성 세제는 국산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일부 국내 생산으로 충당되는 석유 화학 제품이 있긴 하지만 앞에서 이미 지적했듯이 기초 원료 공업이 개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원료는 전량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에 소요되는 외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67년에 불과 4백28만불이었던 것이 68년 1천2백23만불, 69년에는 2천3백34만불로 늘어났는데 이중에는「캐프롤랙템」「아크릴로·니트릴」등 합성 섬유 원료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비 자금 조달 면에서 수지 75·9%, 섬유는 79·5%를 각각 타인 자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율이 37%와 45%에 불과한 일본의 석유 화학 공업과 비교해서 열세에 놓여 있으며 기술 도입의 대가로 전체 차관 액의 10%를 지불하거나 제품 생산액의 2∼3%를 특허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40% 이상 60%까지 비싼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규모의 영세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PVC의 경우 단위 공장 규모가 일본 평균 5만8천t, 대만 1만4천t인데 반해 우리 나라는 8천8백t에 불과하고 합성 섬유 공장도 모두 수준이하다.
울산에 건설중인 나프타 분해 센터를 비롯한 계열 공장들이 완성되면 기초 원료의 수입 대체는 이루어지겠지만 그것마저 규모의 영세성 때문에 싼값으로 원료를 공급키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 나라 석유 화학 공업의 장래에는 많은 장애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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