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축가 지순씨|부평전자공장에 마지막 손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즘 일부 층에서는 주택에 너무 많은 경비를 들이는 것 같아요.』65년 11월에 준공한 숭인동 양지회관을 설계하여 화제를 모은바 있는 건축가 지순 여사(일양 건축사무소장)는 주택의 기능보다 외부의 장식에만 관심을 쏟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한다.
서울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12년간 주택공사와 자신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주택·고층 건물·공장·기숙사 등을 설계해온 지 여사는 작년에 계획하고 설계해서 오는 9월말과 10월에 준공될 주택 4채와 부평에 짓고 있는 전자공장의 마지막 손질을 서두르고 있다.
『규모는 크지만 고층 빌딩이나 공장 같은 건물이 훨씬 수월해요. 착공하기 전 설계단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면 완공될 때까지 변경되는 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개인주택을 맡았을 때는 섬세한 장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취미와 설계자 자신의 의견이 일치되기는 무척 어렵다.『주택설계를 마치 삯바느질과 같은 것』으로 알고 주문한지 2, 3일 후면 재촉이 시작되기도 하고 짓는 도중에 변경해달라는 요구도 흔히 있다.
그러나 주택의 입지조건, 주인의 취향, 자신의 창작품으로서의 만족까지 채우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은 여간 힘든 과정이 아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반년이 넘도록 수정을 거듭한 적도 있었고 보통 2, 3개월씩 고심해야 아이디어가 완성되는 어려움을 겪어야한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미술과 공작, 그리고 뛰어난 수학실력의 덕을 많이 입었지만, 설계도 작성, 현장감독 역할은 여성으로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자신이 맡고있는 사무소에서 부군 원정수 교수(인하공대·건축학)와 직원 10명의 도움을 받아 매년 10여 개의 크고 작은 건물을 만들고 있다.
『규모는 작아도 개인 주택이 깊고도 세밀한 맛이 있어요.』순조롭게 아름답고 능률적인 주택이 완성된 모습을 볼 때, 또 그 집에 만족하는 주인을 대할 때는 진정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주택과 건물이 완공되는 9월과 10월에는 특히 누구보다도 결실의 기쁨을 맛다는 것이다. <정영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