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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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시에 있어서 전화는 하나의 생활필수품. 체신부가 해마다 내세우는 개선 공익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전화사정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악화되어 가고 있다.
1898년 서울에 처음 가설된 전화는 자석식에서 공전 식, 자동식으로 모양을 바꾸면서 특수층 전용에서 생활필수품으로 되어 현재 서울시내는 20만7천대(공중전화 2천5백80대 포함)의 전화가 있다. 전국에 가설된 50만대의 전화의 약 40%.
체신부는 날로 늘어나는 서울의 전화 수요를 위해 연간 약 80억 원(70년도)을 전화 사업에 투자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에 공급이 뒤따르지 못할 뿐 아니라 낡은 시설 때문에 전화사정은 오히려 나날이 나빠지고 있는 실정.
67년도에 약 15만대이던 서울시내의 전화는 68년도에 2만4천대, 69년도에 3만2천8백대가 늘어났으나 아직도 수요의 77%밖에 공급 못하고 있다.
서울 체신청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에는 수요의 80%까지 공급했으나 올해는 77%로 전화공급 사정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뿐 아니라 낡은 시설 때문에 전화 소통이 나빠 1일 평균 8백여 건의 고장이 생기고 비만 오면 합선 등으로 통화가 안되기 일쑤다.
서울의 전화 사정이 호전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전화의 과소 공급과 시설 노후 때문. 서울의 전화가 수요를 따라가려면 적어도 연간 5만대는 공급돼야 하지만 공급되는 것은 겨우 3만대 정도.
우리 나라의 전하회선생산 능력 연간 13만 회선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일반상품과 달리 정부의 수급 계획에 따라 생산하기 때문에 연간 5만회선 정도 밖에 생산 못하고 있다.
또 현재 가설돼 있는 지하 케이블 등 전화시설은 약 80%가 25년 이상 된 낡은 것이다. 통화중 잡음이 많고 하루 평균 8백여 건의 고장은 시설노후에서 오는 것. 일본의 경우는 1백대 가입 당 1개월 고장기준치를 5건으로 잡고있지만 실재로는 3건 정도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1백대 가입 당 1개월 고장 기준치를 15건으로 잡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 시설의 보수 등을 위해서는 연간 약 50억 원의 예산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약 20억 원 밖에 없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서울 시내 전화를 2만2천4백대 늘릴 계획으로 80억 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2백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7l년도부터 76년도까지는 모두 2천4백억 원을 들여 서울시내에 49만5천8백대의 전차를 공급할 장기 전화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49만5천8백대를 공급하면 서울시내 전화 수요의 약 90%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그러나 서울의 전화 수요는 생활양식의 변화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나아질 수 없다.
연간 전국전화 수입이 2백82억 원(이중 서울이 60%) 이나되는데 1백42억 원(70년도) 밖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인구 5백만의 서울시에 전화가 생활필수품으로 집집마다 보급될 날은 까마득하다.

<현봉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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