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유골 … 선반 철봉은 '엿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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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글쭈글 구겨진 철판, 엿가락처럼 휘어진 선반, 수북이 쌓인 시신들….

23일 대구 지하철 참사 6일째를 맞아 본지 강주안 기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과 함께 당초 추정치(79구)보다 훨씬 많은 시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1080호 전동차 내부에 들어갔다.

1080호는 처음 화재가 났던 1079호와 함께 현재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월배차량기지에 견인돼 시신 수습 및 사고 원인 조사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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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이 대부분 닫혀 있는 1080호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객실은 처참했던 사고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차량의 출입문.벽면 천장 모두 사고 당시의 고열(高熱)로 온통 찌그러졌다.

의자.광고판 등 불에 탈 수 있는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철봉에 매달린 손잡이도 모두 녹아 내렸고 손잡이를 연결하는 철제 스프링들만 달려 있다. 짐이 놓였던 선반의 철봉들도 마치 고무 호스처럼 아래로 늘어져 있다.

2, 3호 객실엔 아직 수습되지 않은 시신들이 3~5구씩 천에 덮여 있었다. 이 시신들은 비교적 형체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망자가 집중된 6호차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유해들이 무릎 높이까지 뒤엉켜 있었다.

의자가 있던 자리엔 유골이 별로 없었지만 차량 바닥엔 뼈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희생자들이 한 곳에서 뒤엉켜 숨졌음을 말해준다.

시신 수습 작업을 진행하던 국과수 한 요원은 "남자 두개골을 솔로 터는 등의 작업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여자의 뼈가 나오는 등 시신들이 온통 얽힌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따라 시신 수습작업은 상당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43명의 국과수 요원들은 차량 한 칸을 44구획으로 나눠 가는 실로 경계선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었다.

"한 구획을 정리하는 데 세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시신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시신 무더기 가운데 한쪽에서만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요원의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었던 1079호의 경우도 객차 손실 정도는 1080호와 별로 다를 바 없었다.

기관실이 불에 타 각종 배선들이 흉물스럽게 튀어나와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객차문이 활짝 열려 있는 점이 1080호와는 달랐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를 가른 것은 바로 폭 1m짜리 출입문이었다.

특별취재팀=송의호.정기환.정용백 차장, 김상진.홍권삼.황선윤.신성식.김관종.강주안.문병주 기자.

사진=송봉근.조문규.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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