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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체제 갖춰야 할 도서 해외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나라 도서의 해외수출은 한국문화의 진흥을 위해 새로운 체제를 갖춰야 할 것 같다.기껏해야 연간 70만「달러」에 미급하는 수출실적으론 문화국가의 체면을 유지할 수 없다.
무역거래법에 따라 수출업자로서 허가를 받고 거래하는 곳은 동남도서무역을 비롯하여 범문사와 고려서적 등에 불과하며 단위 출판사로서 영문서적을 발행, 주문에 따라 수출하는 곳으로 희망출판사와 한림출판사 등이 있다.
이들이 얼마 안되나마 수출하는 곳은 미국·일본·독일·월남 등이며, 이들 나라의 대학이나 동양학 관계 연구소가 거래처가 되고있다.
수출도서는 주로 신간류에서 문학전집들이 많고 고서의 영인본도 적잖다. 그러나 그 수량은 기껏 1만 2천여권에 지나지 않는다.
출판이 문화와 국력의 표현이라고 하듯이 국내 출판계가 실제로 도산의 위기에서 허덕이고, 국민 전체의 독서기풍이 저조한 상태에서 수출도서가 질과 양에 있어서 만족스런 상태에 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도서수출은 외화획득의 의미뿐만 아니라 해외에 우리 문화를 심는다는 뜻이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국내의 침체된 출판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도서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모색이 시급한 것이다. 국제 도서전에 우수한 출판물을 전시 소개함으로써 한국 출판물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는 것이나 주요국가에 판매「센터」를 두어 한국서적 판매의 거점을 확보한다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서적자체의 질이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만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져야할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이의 질에서부터 장정·제본에 이르는 여러 가지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쭈글쭈글한 책 겉장, 풀이 떨어지고 냄새까지 나며 인쇄「잉크」가 손을 더럽히는 등 조잡한 외장으로서는 외국의 독자를 끌기 어렵다.
한국학 연구가들이나 교포들에게 우리나라의 도서를 배부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일반국제시장에서 상품으로서의 책을 내놓아 세계 여러나라에 보급할 수 있어야한다는 기초적인 태세가 갖춰져야 한다.
한글서적의 해외보급은 현 단계에서 언어적인 장벽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때문에 영·불·독어 등으로 된 해외판매용 출판물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익형씨(범문사 대표이사)는 『국내 소비용 책들과 별도로 「디자인」·인쇄·지질을 좋게 해서 한국의 태권도라든가 한국사·한국 요리 등을 단계적으로 소개하는 출판물을 내놓는다면 차차 국제시장도 열릴 것 같다』고 내다본다.
물론 한국학자의 영문저작이나 『왕조실록』등 영인본이 해외에 수출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연구소나 큰 대학도서관 등에 들어가는 것이고 개인이 장서용으로 사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책값이 비싼 것도 해외보급을 저해한다. 무역법상의 여러 절차를 따르다보면 시일도 오래 걸리고 수출비용은 오르게 마련이다. 송료가 붙으면 책값은 엄청나게 뛴다. 저질도서·표절「덤핑」출판물이 국내 서적출판시장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해외수출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지만 대책 없이 현상만을 탓할 계제가 아니다.
해외 여행자가 외국에 나갈 때 반드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을 휴대해야한다는 치졸한 규정이 그나마 한국서적의 해외전파에 분명히 공헌하고 있다.
서적의 해외수출을 전담하는 일반기구가 필요하다든지, 수출도서를 전담할 특정출판사가 있어야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정부가 보다 적극성 있는 방안과 시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출판업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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