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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래 불러 짝에게 구애하는 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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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새의 노래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암컷에게 구애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동시에 다른 수컷들이 끼어드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하다.
'짝짓기 게임'과 '스타 찾기', '검투사'라는 말을 섞어 보라.

거기에 깃털 몇 개를 더하고 여기에 특정 여성을 더해라.

허튼 소리를 하자는 게 아니다. 새의 왕국에서 수많은 구애가 이뤄지는 가운데 죽을 때까지 싸우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짝을 고를 때 특정 종의 암컷 새들은 수컷 새에게 아름다운 곡조로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한다.

듀크대 행동신경생물학자인 스티브 노위키는 "놀라운 점은 수컷이 얼마나 노래를 잘 하는가를 암컷 새들이 식별해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암컷들은 즐겁고 복잡한 노래를 틀리지 않고 부를 때만 호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노위키는 "암컷들이 짝짓기를 할 수컷을 택하기 위해 노래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무리 중에 수컷이 많아도 암컷은 이들 중 하나 또는 두, 세마리와 짝을 지을 수 있을뿐 전체 수컷과 짝짓기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암컷은 선택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노위키는 암컷들이 노래 실력과 유전자의 우수성을 연관시키고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수컷이 부르는 노래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어야 한다. 훌륭한 수컷이라면 노래도 다르게 불러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수컷의 뇌의 발달 정도와 상관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방법을 배우려면 훌륭한 뇌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숙한 수컷 참새는 15곡 정도를 기억하고 있으며, 늪지 굴뚝새는 수백곡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지 한 곡만 부를 수 있는 종도 있는데, 이런 새들은 그 노래를 잘 부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있다.

수컷 새의 노래가 마음에 들면 암컷 새는 즉각적이고 뚜렷하게 수락하겠다는 몸짓을 보여준다.

노위키는 "암컷의 표현은 X-등급에 가깝다. 암컷은 꼬리를 공중으로 치켜들고 날개를 퍼덕이며 특별한 소리를 내는데, 이는 준비가 됐으니 짝짓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박감 커져

수컷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 수컷들은 암컷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다른 수컷이 그 암컷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꽤 치열할 수도 있어 수컷들은 때때로 치명상을 입기도 한다. 수컷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암컷에게 '나를 찍어줘'라는 의미를 전하지만, 동시에 다른 수컷들에게는 '저리 꺼져'라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컷 한 마리가 다른 수컷의 구애 작업 중에 끼어 들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노위키는 "이런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는 새들이 자연 속에서 멋지고 아름답고 행복하게만 사는줄 알았지만 이들도 만만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새들은 죽을 때까지 싸우기도 하고, 서로 죽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때때로 새들도 단순히 힘을 뽐내는 대신 창조력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는 "두 마리의 수컷이 앞 뒤로 노래를 할 때 놀라운 일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대응해 노래 부르기(countersinging)'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박자, 음정 등을 정확하게 맞추는 등, 각각 다른 수컷의 노래 형태를 따라한다"며 "나는 이것이 엳듣고 있는 암컷들에게 구애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컷들은 어떻게 이런 음악적 지식을 얻는 것일까? 인간의 아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하는 것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다. 노위키는 새장 속에서 길러진 어린 새는 새 소리 같지 않은 기괴한 노래를 부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새들은 휴대폰 소리나, 큰 트럭이 뒤로 가면서 내는 경적 소리를 따라하기도 한다.

인간과 유사

노위키는 새와 인간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뇌에서 노래의 학습과 이해를 관장하는 부분은 언어의 학습과 발화에 관여하는 뇌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성 선택(sexual selection)은 강력한 진화의 동력 중 하나로, 다른 종에서도 별별 극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공작은 자신의 날개를 펴고 걸으며 우아한 깃털을 뽐내며, 수컷 바우어새는 각종 장식물과 자질구레한 것들로 꾸며진 정교한 '독신자 둥지(bachelor pads)'를 짓는다. 노위키는 짝짓기 대상을 선택할 때는 노래 실력이나 예쁜 깃털, 훌륭한 둥지 등 빤한 것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뛰어난 뇌를 가졌는지를 식별하는 것이기 쉽다.

노위키의 연구 결과는 '로얄 소사이어티 오브 런던: 생명과학' 회보 9월22일자 판에 발표됐다.

Marsha Walton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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