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안 짓고 과태료 징수 별동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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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 극복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복지 부담은 늘어나는데 세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 수입은 줄어들 전망이어서다. 재정 확충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은 신청사 건립계획을 보류하는가 하면 주차위반, 쓰레기불법투기 과태료 같은 ‘세외 수입’ 체납액 걷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도 광교 신청사 착공을 미루기로 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문수 지사는 지난달 말 도내 단체·기관장 모임에서 “세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광교신도시에 4000억원을 들여 신청사를 짓는 것은 욕먹을 짓”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건립 보류를 선언한 것이다.

 경기도 광교신청사는 내년에 착공해 2017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다. 25층짜리 새 건물을 짓는 데 부지매입비를 포함해 약 4000억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경기도는 세수 부족 때문에 당장 올해 예산을 당초보다 3875억원 깎은 상황. 내년에는 무상급식 예산까지 거의 전액 삭감하겠다 했다. 그런 와중에 새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는 게 김 지사 발언의 취지다. 경기도 김동근 기획조정실장은 “지금의 어려운 재정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 예산에 신청사 사업비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는 당초 내년에 신청사 공사비 249억원을 포함할 계획이었다. 신청사 건립은 그러나 광교신도시 주민들이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실제 보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인천·울산 등은 세외 수입 체납자를 타깃 삼았다. 세외 수입은 글자 그대로 세금 말고 지자체의 재산을 팔거나, 임대를 주거나, 수수료를 받거나, 과태료를 물리거나 해서 얻는 수입이다. 체납은 대체로 과태료가 많다. 이런 세외 수입 체납은 광역지자체별로 현재 1000억~3000억원에 이른다. 이것만 제대로 받아도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지자체들이 ‘체납액 정리’를 목표 삼은 것이다.

 발 빠르게 체납 징수에 나선 것은 인천이다. 올 초에 ‘체납 정리 추진 일정표’를 만들었다. 납부 독촉장을 보내고, 거기에 명시된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당장 자동차와 예금을 압류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3614억원이던 체납액이 현재 2732억원으로 1년여 만에 24% 줄었다.

 울산시 남구는 지난 7월부터 3개 반(9명)의 ‘체납차량 영치 별동대’를 운영하고 있다. 7~8월 두 달간 교통 관련 법규 위반 과태료 등을 내지 않은 차량 722대를 찾아내서는 바로 번호판을 떼버리는 방식으로 체납액 8억2700만원을 받아냈다. 김주현 징수관리팀장은 “별동대를 운영하기 전보다 체납 징수 실적이 세 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앞선 지자체들이 성과를 거두자 다른 지자체들이 뒤따라 나섰다. 대구는 9~10월을 ‘세외수입 체납액 일제정리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체납액(1796억원)의 15%인 269억원을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안내문을 발송하고, 동시에 체납자의 직장에 연락해 납부를 독촉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할 작정이다. 또 내년 예산에 6억원을 인센티브로 편성해 체납 징수 실적이 우수한 구·군청에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최근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체납액 정리단’을 꾸렸다.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출국 금지시키는 것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안전행정부 지방세분석과 안효철 사무관은 “전국 지자체의 세외수입 체납액이 5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이 중 15%만 징수해도 7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권삼·전익진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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