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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복지 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삼복 더위 속에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골목마다 즐겁게 뛰놀고 있음을 본다. 돈 많은 집 아이들은 캠프다, 해수욕이다, 별장이다 하여 부모 형제 자매와 함께 즐거운 방학을 보내고 있건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어린이들은 더운 집안에서는 공부할 수 없어 개울로, 골목으로 돌아다니며 개구멍이 노릇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규칙적인 학교 생활에서 해방되어 집안 일을 거들거나 방학 공부를 하는 것은 좋으나 올데 갈데 없는 어린이들은 골목이나 길거리에서 뛰어 놀며 오히려 학교 운동장을 그리워하고 있는 실정인 듯하다.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어린이 회관도 개관 3일만에 휴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각종 최신 장비를 갖추고 냉방 장치까지 된 어린이 회관은 한국 어린이들의 천국으로, 어린이들이 대거 몰려 올 것은 당연히 예상되던 일이었다. 개관 첫날에는 2만3천여명, 이튿날에는 3만명이 몰려들어 2만3천여명은 되돌아가야 하는 형편이었고, 높은 건물에도 아동들이 꽉 차 기물 파괴까지 발생했다 한다. 이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어린이들이 얼마나 갈곳을 바라고 있으며 도서실·운동장·놀이터가 부족한가를 역력히 알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에 어린이 운동장 1백20개소를 확정하고 6월말까지 건설키로 보도됐었는데 그 진척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 7월부터 연말까지 80개의 운동장을 증설할 것이라 했는데 이 계획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서울시는 관악산에는 어린이 천국까지 만들어 동물원·식물원 등을 옮길 것이라 했는데 이런 구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린이 복지에는 말만 앞세우고 늑장을 부리는 한정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어린이 공원 용지를 할부로 불하해 주어 어린이 놀이터를 빼앗고 구획 정리 지구의 어린이 공원 용지조차 폐기 처분하면서 어린이 운동장을 마련하겠다는 구호부터가 시민들을 농락하는 심한 장난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또 서울시 교위는 방학 때마다 초등 학교의 운동장을 어린이들에게 개방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나, 학교측에서 지키지 않아도 단속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국유지, 시유지를 불하하면서 어린이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놀이터 하나 만들지 못한 복지 행정은 아무리 탓해도 지나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방학이 되어 운동장을 쓰지 못하게 되고 독서할 교실조차 폐쇄된 요즈음, 어린 학생들이 골목에서 딱지치기·구슬치기·연필 따먹기나 하여 사행심만 기르게 되고, 골목마다 늘어선 만화가게에서 불량 만화만 보게 되어 불량화 해지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는 왜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 「풀」 장· 어린이 운동장·어린이 도서관 등을 만들지 못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어른들의 복지 시설도 못하고 있는 터에 무슨 어린이 복지 시설이냐고 할지 모르나, 어린이들은 내일의 한국을 짊어질 2세가 아닌가. 그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야 내일의 한국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지방 자치 단체며 정부는 어린이들의 복지 시설의 확장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며 각급 교위는 우선 여름방학 동안만이라도 대도시 각급 학교의 운동장을 개방하여 어린이 운동장으로 이용케 하고 생활관·과학실 등도 타교 학생들에게 관람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서울시 교위나 각도 교위는 국민학교에 지시하여 놀러 갈 곳 없어 차라리 등교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등교시켜 운동장에서 놀게 하거나 공부하게 하고 방학 동안만이라도 각급 학교 교사의 인솔하에 어린이 회관을 견학하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과중한 돈을 받고 있는 각 공동의 「풀」 장이며 어린이 상용 영화관의 입장료도 인하하도록 할 것이요, 한강 상류 등에 어린이들이 목욕할 수 있는 대규모 수영장을 만들고 돈벌이 위주가 아닌, 관광 버스를 시교위나 각급 교위에서 운행하도록 할 것도 권장하고 싶다. 방학을 맞아 즐겁기만 한 어린이들의 환심을 짓밟지 말고, 활짝 피게 하여 아름답고 명랑하게 자라도록 당국은 적극적인 어린이 복지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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