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구조조정 강도 더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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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설립자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남대 등 4개 대가 엊그제 교육부에 의해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들 대학은 내년 한 해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금을, 이들 대학의 신입생은 국가로부터 장학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4개 대를 포함해 9개 대가 같은 불이익을 받게 됐으며, 총 35개 대가 재정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대학 명단에 올랐다. 가뜩이나 재정적으로 쪼들리고 있는 대학 입장에선 이런 압박까지 받게 되니 고통스러울 것이다.

 정부가 해마다 재정지원 대학과 부실 대학을 발표했는데도 전체 340여 개 대 가운데 자진 폐교 등 문을 닫은 곳은 아직 6개에 불과하다. 이런 실적만 보더라도 대학 구조조정은 쉽지 않은 과정임을 알 수 있다.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도 버티려고 한다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조직폭력배가 총학생회를 장악해 학생회비를 빼돌린 지방 대학의 사례에서 나타났듯 고교 졸업장만 있어도 입학이 가능한 대학이 도처에 널렸다. 외국인 유학생을 긁어모으거나 대학 졸업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출석하지 않고도 원격 강의로 학점을 딸 수 있게 해 학위를 남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가진 학생들만 모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으로 연명하는 곳도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 강도를 좀 더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등록금을 빼돌리는 등 회계 부정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평가 결과와 관계 없이 단호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재학 중인 일반학생들은 주변 대학에 편입시켜 피해를 막는 대신 학교 문은 닫게 해야 한다. 이 밖에 부실 사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퇴로도 만들어주길 바란다. 사립대 법인이 자발적으로 퇴출을 선택한다면 일부 재산을 돌려주거나 학교법인을 복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법제화할 때다.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드는 2017학년도 이후엔 부실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