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 종단의 쇄신|이청담 <대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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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세간에선 내가 총무원장에 다시 않는다 해서 이상스레 생각하는 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종회의 총의가 그것을 원하고 또 한국 불교를 살리는 길이라면 국장 아니라 과장직이라 하더라도 달갑게 헌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동안 우리 불교는 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이룩하지 못했고 오히려 요즘에는 뒷걸음질치는 느낌이다. 이대로 가다간 조직도 행정도 승려도 없는 불교가 될 것이 뻔하다.
이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나는 다음 세부 면에서의 근대화 방안을 실천하고자 한다. 첫째는 행정의 근대화이다. 산중에 사는 승려들이라서 행정에는 서투르기 마련이므로 사회의 유능한 행정인들을 초치하여 자문을 받음으로써 기획과 실무 면에서 쇄신을 꾀하려는 것이다.
우리 신도에는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인사가 적지 않다. 그에 비하여 현재 종단은 너무도 조직 체계가 문란하고 상하의 질서가 갖춰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불교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이제 사부대중의 힘이 뭉쳐야 할 줄 안다. 둘째는 교육의 근대화이다. 오늘의 불교가 혼란을 거듭하는 것은 올바른 승려의 부재 때문이요, 승려를 가장하는 가짜의 성행이 더욱 그 점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참된 불교 정신을 그들 개개인에 심어주고 또 지도적 인재를 길러 내려면 교육의 현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세째 포교의 근대화이다. 전국의 각 사찰이 신도들의 배례 헌금으로 운영될 때 불교는 자칫 미신적인 타성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는 결코 포교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찰은 자활의 길을 되찾고 또 전국의 6조5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활용하는 것이 불교 재건의 첩경임은 물론 한국 근대화에도 커다란 추진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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