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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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신보도에서 제일 신경을 쓰는 것은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첫 귀절이다. 보도의 신빙도와 권위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느 공무발표를 인용 보도할 때를 제쳐놓는다면, 외신보도는 대개 『믿을만한 소식통이 전하는바에 의하면....』하고 시작된다. 『항상 믿을만한 소식통』이니 하는 말도 잘 쓴다. 『가장 믿을만한 소식통』이니, 『익명을 요구하는 한 고위층』이란 말도 가끔 나온다.
이런 때는 좀 더 믿음성 있게 들린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출처가 그리 분명치 않은 정보에 살을 붙이려고 할 때, 오히려 이런 말을 잘 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또 여론을 측정하거나, 조성하기 위해서 「뉴스」아니 뜬소문까지도 합쳐서 이른바 「애드벌룬」기사를 날려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소문과 뜬소문과의 한계가 좀 미묘해진다. 가령 계획 중에 정보가 새어나갔다고 하자. 만일에 그 계획이 중도에 폐기된다면 뜬소문으로 끝난다.
계획이 채택되면 소문은 어김없이 사실화하는 것이다. 이래서 또 설마 하는 뜬소문까지도 사람들이 곧잘 잘 믿게 되는 것인가 보다.
바로 이런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 옛날 희랍의 「데마고그」(민중선동가)들이었다. 이들은 민심을 동요해서 권력을 잡기 위하여 소문과 뜬소문들을 퍼뜨렸었다.
요새 미군감축문제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뜬소문들이 나도는 모양이다. 소문은 다소라도 근거가 있는 정보를 말한다. 뜬소문이란 조금도 근거가 없는 거짓 소식이란 뜻을 갖고 있다.
따라서 「데마」를 막는 길은 사람들의 판단의 기준이 되는 그 「근거」를 좀 더 정확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밖에는 없다.
지금 항간에서는 2만명 선에서라도 미군감축이 있으면 당장에 라도 국방에 결딴이 나고, 북괴가 남침이나 해올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 모양인데, 이처럼 위험한 생각은 따로 없다할 것이다.
많은 미군이 언제까지라도 우리와 함께 있어준다면 마음부터라도 든든한 건 틀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미군의 철수 사실 그 자치보다도 우리 국민이 전기한바와 같은 뜬소문에 놀라서 지레 패배의식을 갖게된다면 그것이 더 위험한 일인 것이다. 국가적인 중대문제가 생겼을 때 현명한 국민들은 우선 이점을 냉정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당국으로서는 사태의 진전에 관하여 진상을 밝히고 미군감축후의 사태에 대한 온 국민의 새로운 결의를 다짐해 놓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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