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400억 분담 못해" … 서울시 무상급식도 예산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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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초등학교 조리종사자 인건비(400억원) 분담 문제다.

 시와 교육청은 올해 들어 세 차례 교육실무협의회를 열었다. 양측은 인건비 분담을 놓고 협상을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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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조리종사자 인건비는 현재 교육청에서 모두 부담하고 있다. 교육청 측은 중학교 조리종사자 인건비는 서울시와 분담하는데 초등학교만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무상급식 실시로 매년 수천억원의 부담이 생겨 학교 시설비·운영비 등을 줄이고 있다”며 “조리종사자 인건비만이라도 시가 분담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011년 11월 무상급식 시행 당시 학부모가 내던 급식비 부분만 분담하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조리사 인건비까지 분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초등학교 조리종사자 인건비는 교육청에서 전부 부담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친환경급식지원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어려운 재정 현실에서 (조리종사자 인건비 분담을) 다시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와 교육청이 초등학교 조리종사자 인건비 분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건 결국 빠듯한 재정 상황 때문이다. 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교육청·자치구가 30%, 50%, 20% 비율로 분담한다. 올해엔 무상급식 전체 예산 3953억원 중 시가 1186억원, 교육청이 1976억원, 자치구가 791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 이후 서울시 무상급식 전체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상 인원과 급식 단가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급식 대상은 지난해 중학교 1학년, 올해 2학년까지 확대됐고 내년엔 3학년까지 범위가 넓어진다. 급식단가도 물가 인상과 맞물려 올해 초등학생의 경우 11.6%, 중학교는 18.2% 늘었다. 이로 인해 올해 무상급식 전체 예산은 지난해 2820억원보다 1133억원 증가한 3953억원이 잡혔다. 내년엔 무상급식 대상이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돼 800억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시와 교육청 모두 재정상황이 열악한 가운데 무상급식 예산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올해 7500억원가량의 지방세수 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취득세 감면분을 보전받아도 4000억원가량의 결손은 피할 수 없다. 지난 8일엔 김상범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단 오찬을 열어 시의 열악한 재정상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시는 무상보육 예산 확보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 추경편성을 하지 않고 정부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정부와 대립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는 무상급식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내세워 당선됐다. 박 시장의 ‘취임 1호 결재’가 무상급식 사업 승인일 정도로 상징적인 공약이다. 김상한 서울시 예산담당관은 “무상급식은 앞으로도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며 “세수 결손에 무상보육 예산 문제가 겹쳐 마른 수건을 짠다는 심정으로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내년 무상급식 예산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적정 급식비 지원 기준을 10월 말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식재료비·인건비 등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의 합리성을 따져 서울시와의 협상에 이용하겠다는 취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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