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 경부 천리가 단숨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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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부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기를 큰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꼭 한번 달려 보아야겠다는 소망은 다행히 건설부가 초청해주어 이루어졌다. 어쩐지 가슴에 부푼 기대를 갖고 7일 새벽 일찍 나가 서울서 부산까지 천리 길을 달렸다.
옛날엔 보름씩 걸려 걸어야했던 길을 단숨에 달리는 우리 나라의 대동맥‥ 이때 나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힘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원「인터체인지」부터 푸른 산 속으로 훤히 트인 대로는 끝없이 남으로 이어져 있다. 대전을 넘어서면서 추풍령까지 터널을 지날 때마다 『용하게도 난 공사를 해내어 남과 북을 이엇구나…』생각 키어 군·관·민이 합심해서 이룬 결정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구름도 쉬어 넘고 남과 북의 기온마저 가른다는 추풍령은 구름 속에 4차선 넓은 길이 뻗고 뻗어 있다.
달릴 때마다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에 도취되면서 우리 민족도 단결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벅찬 감격이 나의 몸을 감싸주는 것이었다. 고속도로는 우리 민족의 숙원 사업으로 일본의 동경과 나고야 (명고옥)를 잇는 고속도로보다 더 길고 완공 기일이 더 빨랐을 뿐만 아니라 경비도 훨씬 적었다는 설명을 듣고 또다시 감탄사를 연발했다. 차는 달렸다. 단숨에 대구까지 달려온 것이었다. 도로 연변에 나부끼는 태극기와 민족의 환호성! 그 누구가 이 거대한 민족의 결정에 환호하지 않으랴! 그러나 나에게도 한가지 아쉬움이 가슴속에도 사리고 있다. 『며칠만 더 일찍 개통됐던들 국제「펜」대회에 참석했던 수많은 외국인 작가·시인들을 서울∼부산을 한숨에 달리는 우리 고속도로를 태워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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