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격증 없어도 약국·로펌 개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변호사나 약사가 아니어도 법무법인(로펌)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이 변호사 사무실이나 약국을 개업한 뒤 변호사나 약사를 고용해 업무를 보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자격증이 있어야만 개업할 수 있게 한 것은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며 "자격증이 없으면 법인 설립을 할 수 없는 규제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자격자의 개업이 금지된 회계사.안경사 등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완료되면 서비스 부문의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일반인의 자본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자격증 관련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사업 참여를 원칙적으로 모두 개방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허용 범위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할 계획이다.

현재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사무소를 개설.운용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약사법은 약사나 한약사 자격증 없이 약국을 개설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하는 방송광고 판매, 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산업규격(KS) 인증 관련 교육, 대한주정판매회사가 총괄하는 술 원료 판매 등 제도적으로 독점이 보장된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관계부처나 협회 등에선 공정위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본 참여를 허용하면 법률 서비스가 돈벌이에 좌우되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 관련 협회들도 "업무 성격상 전문가에게만 개업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정위는 불합리한 약관을 고칠 수 있는 '표준약관 심사제청권'을 소비자단체에도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 단체만이 심사제청권을 갖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약관을 미리 고치게 되면 소비자 피해 보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