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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참전국 외상 회의의 폐막 성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을 비롯한 월남 참전 6개국 외상 회의는 월남·캄보디아·라오스 등 인지사태 전반에 관한 해결 방안을 토의하고, 한반도에서의 북괴 도발 행위를 규탄하는 등 24개항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5일 밤 폐막했다.
이번 참전국 외상 회의는 「닉슨·독트린」과 이에 의거한 미군 철수 발표, 그리고 캄보디아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참전국 외상들이 자리를 같이하여 아시아의 평화와 자유를 추구키 위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그 실천을 다짐한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공동 성명은 월남 전쟁이 인지 전쟁으로 확대한 사태 변화에도 불구하고, 참전국이 화·전 양면에서 월남전쟁을 해결키로 했던 종전의 방침에 변경 없음을 밝혔다.
이 성명서는 또한 캄보디아 사태에 관해 공산 성역에 가한 연합군 작전의 성공에 만족을 표명하고 나서 『1954년 제네바 회의 회원국들에 대해서 캄보디아의 독립·중립·영토 보전을 보강』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자유 국가들에 월맹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캄보디아가 요청한 지원 호소에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캄보디아에 대해 군사·경제 원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산군의 보급 활동을 막기 의해 미 공군력을 사용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전한다. 지금 캄보디아의 군사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지만, 미국을 비롯, 연합국들이 이번 회의를 통해 캄보디아 사태의 역전을 막기 위한 불퇴전의 결의를 표명한 것이야말로 이번 외상 회의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 공동 성명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시, 북괴의 한국 방송선 납북, 현충문 폭탄 장치 시도 등 악랄한 도발 행위가 한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북괴가 억류중인 KAL기의 승무원 및 승객과 납치된 해군 방송 선을 즉각 송환할 것을 촉구했다. 최 외무장관도 그 기조 연설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북괴는 70년대 전반에 적화통일을 이룩하고자 광분하고 있으며, 또 중공이 북괴의 무역 통일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쟁 준비를 위장키 위해 허위에 가득찬 「평화 공존 선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상황하, 월남 전쟁을 통해 혈맹 관계를 맺게된 연합 제국에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특별히 주의를 환기했다는 것은 시의에 알맞은 조치라 하겠다.
참전국 외상 회의와는 별도로, 최 외무장관은 이 회의에 참가키 위해 사이공에 온 로저즈 미 국무장관과 수십분간의 비밀 회의를 가졌다고 하는데 이 『최- 로저즈 회담』이야말로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참전국 외상 회의 못지 않게 큰 비중을 갖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회담이 끝난 후 최 외무는 최근 북괴의 도발로 말미암아 더 한층의 긴장 상태에 들어선 한반도 정세를 설명했다고 말했는데,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두 나라 외상이 주한 미군의 감축 문제를 토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최 외무는 주한 미군의 감축을 앞으로 수년간은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괴의 도발 가중과 이들의 무역 통일 정책에 대한 중공의 공개적 지원을 도외시하고서 제의되고 있는 주한 미군 감축설은 한국 안보의 현재 및 장래에 대해서 중대한 암영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가 설상가상 격으로 대외 무기 판매법 수정안의 미국 상원 통과는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니 만큼 미군 감축론이나 무기 판매법 수정안 통과 대책에 관해 한미 양국 외상이 기탄 없는 의견 교환을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로저즈 회담』의 성과가 무엇인지 우리로서 아직 아는바 없지만 미국은 월남 전쟁이 진화되어 감에 따라 한국 전선이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 지대로 변해 물을 뿜을 가능성이 크게 늘어가고 있음을 직시하고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는데 조금도 인색치 말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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