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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인프라 부족 … 비싼 물류비가 자원 개발 장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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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몽골은 현재 심각한 인프라 부족에 직면해 있다. 울란바토르 도심에서는 이제야 여기저기서 도로 확장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심상복 기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도로는 차들이 꼬리를 물었다. 길이 좁은 데다 곳곳이 파여 비포장인 줄 알았다. 호텔에서도 갑자기 전기가 끊길 정도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은 열악했다. 그럼에도 세계 10대 자원보유국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석탄·구리·형석·우라늄이 풍부하고 석유도 난다.

아직 탐사조차 안 된 지역이 70%를 넘을 정도로 개발 초기 단계다. 땅속의 보물을 캐겠다며 10여 년 전부터 외국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는 미흡하다. 한국의 자원개발 참여 역시 걸음마 단계다. 몽골의 자원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한국의 자원개발 참여를 촉진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일보 에너지포럼이 지난21~22일 울란바토르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오락가락 외국인 투자 정책도 문제
도로·철도 등 SOC 분야 진출 유망
단기간에 승부 내려는 자세 버려야

▶심상복 소장=몽골의 경제상황부터 얘기하자. 자원을 대거 사들이던 중국 경제가 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와 같은 자원대국들이 어려워지고 있다. 몽골도 이런 글로벌 여건에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석 소장=그렇다. 광물자원 투자가 대부분인 외국인투자가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56% 줄었다. 몽골 경제는 최근 2년간 연평균 15% 성장했다. 올해도 18% 성장이 예상됐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 자리 성장률에 머물 것 같다.

 ▶노문 고문=자원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건 광업 분야가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출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자원 수출의 90% 이상이 중국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관건이다.

 ▶최재헌 자문관=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4월 초만 해도 달러당 1410투그릭(TG) 하던 게 지금은 1580TG을 넘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약 2억 달러)을 받았던 2009년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15억 달러의 국채(징기스본드) 발행에 성공했던 지난해와는 판이한 상황이다.

 ▶김 소장=외국인투자의 급감은 자원시장 침체 탓만은 아니다. 몽골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도 큰 문제다. 얼마 전 전임 광물청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이때 100여 개의 광업권이 이 사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지자 몽골 정부는 기존에 허가한 광업권을 취소하려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며 소송을 벌일 태세다.

 ▶최 자문관=동감이다. 정책의 조변석개(朝變夕改)가 큰 장애물이다. 전에는 광업투자가 자유로웠다. 그러나 얼마 전 몽골 정부는 탐사나 개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면 정부가 51% 이상 지분을 갖도록 했다. 정부 기여가 없어도 정부가 34% 지분을 갖도록 의무화했다. 이후 광업권 매매나 투자는 올스톱됐다. 또 광산이나 은행·통신 등 전략산업의 경우 외국인이 일정액 이상 투자할 경우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김영욱 위원=정책이 자주 급변하면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빈번한 이유는 뭔가.

 ▶임태수 변호사=선거 때문이다. 선거 때만 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이 공약으로 등장한다. 외국인투자법이 바뀐 것도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을 거치면서다. 또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가 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글로벌 거대기업이 아니면 몽골 정부와 정치권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투자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문 고문=몽골 국민의 자원 국수주의 경향도 강하다. 여론 조사를 보면 몽골 정부가 광산 지분의 51%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다수(85%)가 찬성하고 있다.

 ▶임 변호사=계약서는 그저 종잇조각이라는 몽골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다. 몽골 기업 역시 계약을 잘 준수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란바토르에서 빌딩을 짓고 있는 한 한국 기업도 발주처가 계약서에 명시된 돈을 제때 주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법에 호소해도 시간만 끌 뿐 승소할 가능성도 작다.

 ▶배홍기 부대표=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시설이 대단히 낙후돼 있는 것도 자원개발을 막는 큰 요인이다. 개발비보다 물류비가 훨씬 더 든다. 자원가격이 올라가면 높은 물류비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몽골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소장=몽골의 대표적인 제철용 석탄광인 타반톨고이는 중국과 가까운 남부에 있어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덜 든다. 그럼에도 인프라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수송비용 부담이 크다. 채굴비는 t당 10~20달러인데 철도 운송비는 70~80달러다. 제철용 석탄의 국제 시세가 300달러일 때는 경제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t당 150달러 정도다.

 ▶심 소장=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인들이 몽골에 대해 호소하는 애로를 보면 고급 노동력 부족과 공무원들의 비효율적인 일처리라고 한다. 후자의 경우 부정부패도 포함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어떤가.

 ▶임 변호사=몽골 사람들은 그다지 심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 같은데 외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매우 심각하다. 온갖 편법과 부정이 판친다.

 ▶조병호 대표=중국과 러시아를 통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없다는 지정학적 불리함도 외국인 투자를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조성경 교수=아무래도 한국의 몽골 자원개발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 소장=솔직히 지금까지 한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본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해외 자원개발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것이다. 지금 답이 없다고 손을 놓아버리면 나중에는 아예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광업보다는 도로·철도 등 인프라와 전력 분야 진출이 좋다고 본다. 이미 그렇게 하는 기업이 많다. 삼성이 철도와 신공항, 롯데가 오피스빌딩, 한라건설이 울란바토르 시청사를 수주해 건설 중이다.

 ▶최 자문관=몽골은 앞으로 정유시설과 섬유 등 제조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이 관심을 기울일 분야다.

 ▶배 부대표=단기간에 승부를 내려는 우리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자원개발은 불투명하지만 가야 할 길이다. 민간과 정부가 멀리 내다보고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정리=김영욱 경제전문기자
사진=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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