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아파트 내 길도 음주운전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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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고법 특별9부는 2일 아파트 단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충돌사고를 낸 택시 운전사 백모(52)씨가 "아파트 단지 안 도로는 음주운전이 금지되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가 아닌데도 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경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백씨가 운전한 통행로는 좌우에 단지 입구가 있어 외부 도로와 연결돼 있고, 인근에 근린상가도 있다"면서 "도로 양편에 불법 주차 차량이 여러 대 있는 등 일반 차량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으므로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도로교통법(2조 1호)상의 도로는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를 의미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이런 장소는 교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권이 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급 법원은 아파트 단지의 도로라도 외부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든다면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부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등 '특정인만 사용하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인 경우에는 도로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1999년 술에 취한 채 아파트 내 노상 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지하 주차장으로 옮기다 경찰관의 음주 측정에 불응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운전 장소가 아파트 주민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어서 도로로 볼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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