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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국제 이해 증진-펜 대회 유네스코 주관 원탁회의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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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펜 대회는 3일 하오 종결 토론인 제5차 회의를 앞두고 상오 9시 30분 원탁회의를 가졌다. 에드워드·블리션씨(영·평론가) 사회로 열린 이 원탁회의는 펜·클럽과 유대가 깊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것으로 회의의 공동 주제는 국제 이해 증진 수단으로서의 해학. 이 가운데 한국의 김동리(소설가) 일본의 태전삼랑(평론가) 태국의 지트·카셈·시분루앙(시인)제씨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한국 문학에 나타난 해학의 특성을 통해 공동 주제에 접근한 김동성씨는 『개인간에 있어서나 국제간에 있어서나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법칙은 예의라 하겠지만, 해학은 경우에 따라 예의 이상의 구실을 할 때가 많다』고 전제한 그는 해학이 본질적으로 악의가 없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사람은 고래로 해학을 좋아했지만, 문학상에 나타난 해학은 그다지 풍부하지 못한 편인데다가, 시대에 따라 현격한 성격적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측 고대문학에 나타난 해학은 샤머니즘과 불교와의 혼화에서 이루어졌고, 중세 말에서 근세에 이르는 기간의 것은 유교와 결부되었으며 20세기 이후의 근대문학에서는 다행히 풍자에 기울고 있다는 것.
해학은 본질적으로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여유에서 발생하는 호의와 친절의 발로라고 정의하는 그는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해학을 좋아하지만 문학에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서구의 근대문학을 받아들인 현대문학에서는 한국 특유의 해학마저 상실하고 있다』고 했다.
『웃음은 우리들의 자연적 감정의 순수한 표현』이라고 한 태전삼랑씨는 『해학은 우리의 웃음에 대한 성향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학 속의 해학은 친구들 사이 뿐 아니라 국가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해학은 국민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러나 모든 나라의 해학은 그것이 인간의 웃음에 대한 성향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것이다.
해학의 본질을 설명하자면, 인간의 속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 감정의 순진성을 인정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그는 『만일 한 작가가 자기 작품 속에 진정한 해학을 표현하는데 성공한다면 그 작가는 반드시 독자의 심금을 울릴 것이고 그 결과 국가간의 상호 이해를 촉진한다는데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문화적 배경과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며 그 순간의 분위기며 과정 등을 요건으로 한다』고 말한 「시분루앙」씨는 해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이 없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두 평행선은 결코 만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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