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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 폭소부른 고궁의 해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제 「펜」대회 개회식이 끝난 29일하오 각국 대표들은 4대의「버스」에 분승하고 2시간반동안 박물관과 고궁관광을 즐겼다. 미리부터 벼르던 천단강성씨나 임어당·「캐들린·노트」씨 등은 보이지 않았으나 1백50여명이 나왔으므로 거의다 참가한 편이다.
박물관에서 「데이비드·카버」 국제「펜」사무총장은 시종 김원룡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차근차근 구경했는데 신라 토기와 불상·고려청자 및 장신구류의 민예품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컸다. 특히 국보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앞에서는 요모조모 살피고 나온뒤 동료영국대표의 등을 떠밀며 『봐두고 가는게 좋아. 참좋아.』
「카버」씨는 특별전시한 『한국 고미술에 나타난 해학』실에서 한바탕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한국의 해학에 새삼 이해가 가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회탈을 보고는 꽤 탐이나는듯 복제없이라도 한벌 사갈뜻을 비쳤다.
그는 여러풍속학를 세심하게 돌아보더니 한장의 낡은 화폭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작자미상의 『남편이 돌아왔다』는 화제가 붙은그림. 「카버」씨는 방안의 여성대표들을 성급하게 불러모아놓고 설명까지 붙이는 것이었다. 『술이 억병이된 남편이 대문을 두드리는데 정부는 벌거벗은채 모자부터 집잖아!』장내는 와르르 폭소로 변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멈춘곳은 혜원 신윤복의 화첩. 혜원의 해학적인 풍속화에는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다.
특히 인도대표「소피아·와디아」여사는 대청마루에 앉아 하녀의 위로 올라간 치마끝을 엉큼한 눈짓으로 쳐다보는 광경에서 『한국사람들의 해학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즉석 촌평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표들이 주마간산격의 관람을 하고 지나가는데 반해 「레바논」 대표 「카밀·아부수안」씨는 8mm 촬영기를 연방 들이대는 것이 이채로왔는데 알고보니 「베이루트』미술관장. 그는 직업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해 인정전의 지붕에서부터 고려청자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를 모두「필름』에 담고있었다. 그는 『한국과「레바논」의 문화가 거의같은 시대를 지내온 것이 많고 한국의 청동제품과 청자는 놀랄만한 것』이라고 극구 칭찬했다. 그밖에도 금은제품과 회화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다시 조용한 시간을 틈내야겠다고 했다. 인도대표들은 불상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듯 했으며 퍽 공감을 갖는눈치.「겡기찌·다까마쓰」, 「고이찌·마시모」등 일번작가들은 백제시대의 옹관을 보고 일본구주지방에서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풍습이 있다고 말하면서 열심히「셔터」를 누르고도 시원찮은지 그를 배경삼아 「스넵」까지 찍었다.
창덕궁의 궁중유물 전시실을 관찰하는 각국 대표의 눈길은 더욱 각도가 달랐다. 대체로 왕과 왕비의 의당에 몰려 들었는데 일본대표단은 영친왕과 방자여사의 사진앞에 줄을 지었는데 반하여 중국대표들은 의상에도 사진에도 별 흥미가 없는듯.
우리나라 고서화를 적잖이 수장하고 있다는 재미작가 강용흘씨는 현종어필에서 보고 또 돌아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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