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거꾸로 가는 통합청주시의 배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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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

‘몸집은 줄이되 산출은 늘린다’.

 어느 조직을 합칠 때든 나타나야 할 결과다. 따로 있을 때 중복됐던 조직과 인원을 줄이고 힘을 합치는 ‘시너지’를 발휘해 효율을 높인다는 의미다. 이런 효과가 없다면 구태여 조직을 합칠 필요가 없다. 떨어져 있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니까. 다시 말해 ‘조직 슬림화와 시너지’가 통합의 전제조건이자 대원칙이란 얘기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대놓고 무시하는 조직이 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 내년 7월 1일 출범하는 통합청주시다.

 통합청주시는 출범을 약 1년 앞두고 조직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그랬더니 최근 나온 결과가 증원이었다. 현재 청주시 1783명, 청원군 864명을 합쳐 2647명인 공무원을 2798명으로 151명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사·총무 같은 부서들을 통폐합해 141명을 줄일 수 있지만, 구청과 보건소 등을 신설하면서 292명이 필요해 결과적으로 정원이 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직의 슬림화·효율화를 기대했던 것과는 반대 결과다. 그래서 당장 “밥그릇 늘리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따라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모든 지자체가 예산 줄이기에 급급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경기도는 당장 하반기에 52명을 채용하려던 계획을 미루지 않았나. 안전행정부가 “뽑으라”고 한 것인데도 그랬다. 악착같이 예산을 아낄 때라는 이유였다.

 다른 지자체들이 이렇건만, 오히려 통합을 계기로 더 군살을 빼야 할 통합청주시는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증원에 따른 추가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공무원 한 명이 늘면 연간 평균 5500만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151명에겐 83억원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정자립도가 30%대로 전국 평균(52%)보다 한참 낮은 청주시와 청원군이 이만큼 돈을 더 쓰겠다면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두 지자체 통합 추진 실무를 맡았던 한 민간 전문가는 “조직을 줄여 생긴 여윳돈을 주민을 위해 알뜰하게 써야 하는데 엉뚱하게 인원을 늘리려 한다”고 혀를 찼다.

 통합청주시의 공무원 증원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 연구용역의 결과일 뿐이다. 통합추진지원단은 전문가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까지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한다. 이달 말이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통합청주시가 의견을 잘 수렴해 시민들이 납득할 조직개편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신진호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