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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비에 약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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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에 수방대책은 너무 허술했다. 25일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 11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실종, 8명이 부상하는 등 26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6천8백55동의 건물이 침수되는 등 1천4백26만7천여원의 피해를 냈다. 치안국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침수·축대붕괴·산사태 등 장마때 일어나기 쉬운 사고위험지역은 모두 1천5백43개소로, 이속에 9만3천5백6가구, 48만4천여명이 살고있으나 장마철이 왔는데도 적절한 수방대책이 마련돼 있지않아 비가 내릴 때마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내고있다. 특히 올해는 날림공사로 인해 건축된 85동의 부실아파트가 새로운 위험지역으로 지정, 긴급보수가 요청되고있으며 지방의 낡은 농협건물·학교 및 관공서등 노후시설물 72개소도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당국은 이 위험지역 주민들의 재산과 인명피해를 막기위한 대책으로 겨우 수방단을 배치, 사전대피토록 하는 등 임시대책만을 세우고 있으며 올해도 기상 레이다·구조항공기·통신시설을 요청했으나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재해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26일상오 6시 현재 건물침수 6천8백55동, 도로 29개소, 하천 3개소, 하수도 51개소가 각각 파손됐다.

<서울 곳곳서 폭우 피해>11명이 사망|6천8백동 침수|하수도 불비로 간선도로도 물바다
25일 내린 집중폭우에 서울에서만 모두 51개소가 하수도 불비로 인한 내수로 침수되었다. 서울시내 간선도로에는 직경 6백㎜∼9백㎜의 하수관을 묻게되어 계획상으로는 시간당 1백20㎜∼1백60㎜의 강우를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정때 묻은 중심지대의 하수관이 낡고 좁아 시간당 30㎜의 처리능력밖에 가지고있지 못하다. 또한 토사가 하수구를 막고있어 유속을 15%∼25%감속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이다. 시청광장의 대한일보사앞 가두, 세종로지하도의, 신설동 등 주요간선이 25일 시간당 50㎜의 폭우에도 물바다가 되어 교통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침수지역은 시당국이 수방대책을 세웠던 63개소 1만7천여동이외에 예상하지 않았던 중심지대 23개소가 침수되었다.
▲25일상오 11시20분쯤 서울서대문구갈현동279의10 앞길을 지나던 농구선수 이병구씨(29·서대문구갈현동9의18·한은증권부증권업무과)의 부인 이왜자씨(27·일본명=전촌정자)가 벼락에 맞아 떨어진 고압선에 감전, 숨졌다.
숨진 이씨는 이날 내린 비로 집뒤 블록담 10여m가 무너진 것을 길 건너에 있는 큰집에 알리려고 우산을 받고가다 불의의 변을 당했다.
벼락이 떨어진 곳은 큰집(이병석씨·갈현동297의10) 대문이 빤히 보이는 20m쯤 떨어진 골목길로 이씨가 빗물에 발목까지 잠겨있을 때 전주피뢰침을 때린 벼락이 땅속으로 흐르면서 감전된 것이다.
▲25일하오 1시30분쯤 서울성북구정릉동산1 우석대뒤 개울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숭덕국교2년 신정자양(9)이 급류에 말려 익사.
▲25일상오 11시20분쯤 서울서대문구불광동242의17 동성병원 앞길을 지나던 박분현씨(32·여·불광국민주택10호)가 벼락에 떨어진 고압선에 감전, 숨졌다.
▲25일낮 12시20분쯤 서울서대문구현저동7의400 권태봉씨(67)가 구멍가게앞 하수구를 고치다 넘어져 뇌진탕으로 숨졌다.
▲25일하오 1시쯤 서울서대문구신영동251의1 이태임씨(47·여)집 담(높이3m 길이10m)이 폭우에 무너져 축대아래 윤성덕씨(38)집을 덮치는 바람에 윤씨의 장녀 선영양(3)이 압사했다.
▲25일낮 12시20분쯤 서울서대문구녹번동60 녹신아파트옆 하천에서 이명준군(21·홍익대3년)이 폭우로 물이 분 개울을 건너다가 실종되었다.
▲25일하오 5시쯤 서울서대문구부암동 창의문옆 인왕스카이웨이 육교위쪽 좌우편 축대가 3∼10m가량 무너지는 바람에 폭3∼5㎝의 금이 10m가량 생기고 가로등 1개가 쓰러졌다.
경찰은 이날 밤 9시부터 이곳의 교통을 차단했다.
【문산】25일밤 12시까지 서부전선에는 평균 90㎜의 비가 내려 갓심은 모가 급류에 쓸려 내려가고 교통이 두절되는 등 많은 피해를 냈다.
25일 새벽부터 내린 이 비는 이날 상오 11시10분부터 호우로 변해 파주군교하면 하천이 넘쳐 교하교가 잠기는 바람에 낮 12시부터 하오 2시까지 금촌에서 교하로 빠지는 길이 막혔다.
또 파주군탄현면갈현리, 교하면송촌, 신촌 등의 논 20여정보가 급류에 휩쓸려 갓심은 모가 물에 떠내려갔다.
【의정부】25일하오 7시쯤 의정부시자일리앞 축석고개에서 철원을 떠나 서울쪽으로 가던 영종여객소속 경기영5-606호 버스(운전사 김태원·52)가 높이 20m의 낭떠러지로 굴러 버스에 탄 성영택중위(27·육군○사단18연대2대대소속) 조창규하사(23·육군○사단99연대수색대) 등 18명이 중상을 입고 의정부시내 도립병원등에 입원했다.
이날 사고버스는 축석고개 내리막길 급커브를 돌다 운전부주의로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는데 차체도 대파됐다.

<호우주의보 해제|호남 오늘한때 비>
25일낮 12시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퍼부은 폭우는 2시간동안에 106·5㎜에 달했다.
이날 비는 23일께부터 연평도 상공에 발달한 깊은 기압골이 내륙으로 접근하다가 백운대·북한산 등 산맥에 걸려 서울일원에 국지폭우를 퍼부은 것인데 수원이 67·1㎜, 인천이 29·8㎜로 서울에만 집중됐다.
중앙관상대는 중부지방은 약한 저기압에 덮여 흐린 곳이 많고 안개도 끼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겠으며 남쪽의 강우선도 북위30도선 훨씬 아래로 내려가 호남지방에서 한때 소나기가 내릴 뿐 큰비는 없겠다고 예보했다.
한편 중앙관상대는 25일낮 12시를 기해 서울 및 중부내륙지방에 발했던 호우주의보를 이날 21시를 기해 해제했다.
25일의 강수량은 다음과 같다.(단위 ㎜)
▲서울 106·5 ▲인천 29·8 ▲수원 67·1 ▲서산 2·6 ▲추풍령 0·6 ▲강릉 4·6 ▲춘천 19·3 ▲속초 l·4 ▲군산 0·3 ▲전주 0·0 ▲포항 1·6 ▲부산 0·2 ▲충무 0·3 ▲제주 7·6 ▲서귀포 18·8

<공항지붕도 비새 내외여행객 불평>
김포국제공항은 비만오면 곳곳에서 비가 새고 스며들어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외래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있다.
25일 내린 집중호우로 공항의 보세구역, 특별대합실등 다섯군데나 비가 새어 물통을 받쳐놓고 응급조치하여 보세구역안 천장이 비로 얼룩져 내외여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해 국제공항으로서의 체모를 잃고있다.
공항보세구역은 서울지방항공관리국이 앞서 2천5백여만원을 들여 확장공사를 해 지난 연말 완공했었다.
완공한지 얼마안돼 비가 새자 공항당국은 당초부터 공항청사확장이 여러 개의 기존건물이 이어져 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3천50대 불통>폭우로 서울전화
25일 내린 폭우로 서울시내전화 19만4천대중 l·6%인 3천50대가 고장신고됐다. 26일 체신부 집계에 따르면 이는 기준고장율 0·5%의 3배나 되는 것으로 고장전화는 거의 당일 보수하지 못했다.
또한 동대문구숭인동 시외전화국앞 전화케이블 2백m가 침수, 26일 상오까지도 문산지방의 시외전화가 끊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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