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오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괴는 무엇인가 큰 오산을 하고 있다. 무장공비를 국립묘지에 출몰시킨 것부터 그렇다. 국립묘지에는 현재 4만8천4백25위의 영령이 안치되어 있다. 이 중에는 무명용사 5천6백98위도 함께 잠들어 있다. 이들은 무엇때문에 생명을 잃은 사람들인가. 누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는가.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공비들은 6·25기념 참배를 노린 듯하다. 동난 20년을 맞으며 새삼 찬물을 끼얹는 듯 그들의 잔학성이 회상된다. 명부에 폭탄을 던지는 일은 인륜의 감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민심의 동요, 사회불안을 위한 교란작전이라면 실로 가소롭기 짝이 없다. 그들의 소행은 오히려 민심을 공고하게 할뿐이다.
북괴가 오산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필이면 국립묘지를 목표로 삼은 것도 충격적인 오산이다. 소위 대남혁명을 주장하는 그들의 심리전은 이처럼 치졸한 약점을 드러내고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그들은 영원히 결정적 시기를 가질 수 없으며, 이른바 평화공세라는 마스크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북괴의 잔인한 호전성을 알고 있다. 더구나 국립묘지의 폭탄장치사건은 세계인의 마음에도 실소와 격분을 자아내게 할 것이다. 그들의 난동은 도무지 인간의 굴레를 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전에서 볼 수 있는 그 극도의 증오심속에서도 적국의 국립묘지에 폭탄장치를 한일은 없다. 인간의 본성은 누구나 죽음앞에서 숙연하기 마련이다.
북괴의 전술은 그 유례를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이 악랄한 양상을 띠고있다. 언젠가는 세계의 경멸과 모욕을 받을 때가 그들에겐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소외감을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어느 때보다도 초조한 것 같다. 이것이 그와같은 전략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실로 모순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건의 발표와 함께 시민의 신고가 잇단 것도 우리의 반공태세를 설명하는 한 단면이다. 예비군의 즉시출동도 마음 든든한 일이다. 곳곳의 초소는 제때에 잔당공비의 진로를 차단하고 있다.
바로 그날 22일밤 서울의 시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고 고요했다. 흐뭇한 일이다. 시민은 무엇인가 믿고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그처럼 조용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북괴는 그들의 도발이 극렬하면 할수록, 우리의 반공태세도 스스로 강화된다는 교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럴수록 지켜야 할 것은 우리들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