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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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하원의 630석, 그리고 차기정권의 수상을 결정키위한 총선거가 18일에 행해졌다. 입후보자총수 1천8백명을 넘어, 3대1에 가까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이 총선에서 보수당은 3백30석을 획득, 2백88석을 얻은 노동당보다 앞서 차기정권을 담당키로 되었다.
총선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권위 있는 신문에서 행한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노동당 자체가 압도적인 승리를 확신, 아직도 6개월이나 남아있는 임기를 앞당겨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난 선거결과는 이런 예측을 완전히 뒤집어엎고, 42석의 차로 보수당에 승리를 주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있다.
노동당의 패인에 관해서 동당 출신의 교육상이었던 에드워드·쇼트씨는 『선거 막바지에서 노동당이 계속 집권하면 파운드 화가 다시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보수당이 악선전을 한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지금의 영국은 강력하다. 영국을 더 한층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데 대해 보수당은 『특권층의 추방·계급의식의 추방·당운영의 서민화』를 들고 나왔던 것인데 집권당이 선거선전에 있어서 수세로 몰렸던 것은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이번 영국의 총선에서 일반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고 보수당이 역전승을 거둔 진인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여러 가지 의미로 주목할만한 것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듯 하다. 첫째로 노동당은 사회주의정당으로서 그 표밭이라 할 수 있는 근로대중에게 의욕적인 주택·물가·노동정책을 약속하고서도 그 성과가 보잘 것 없었다는 사실인 듯 싶다. 둘째는 금년초 선거법개정을 통해 늘어난 약 2백80만명의 젊은 유권자들이 노동당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거나 도리어 보수당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노동당뿐만 아니라 사회주의정당 일반의 지지기반이라 볼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보인 이와 같은 경향은 슈튜던드·파의 등 일부 청소년층의 격렬된 정치행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민주사회의 정치풍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잠재요소로서 특히 주목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세째, 그러나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영국시민이 한 정당에 의한 장기집권을 허락하지 않고, 항상 정계의 신진대사를 위해 특별한 이유 없이도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룩해왔다는 전통의 힘이라 하겠다. 1945년 총선에서 영국시민이 2차 대전을 전승으로 이끈 불세출의 영웅 처칠내각을 마다하고, 노동당을 권좌에 앉힌 전례를 이번에도 보여 주었다할 것이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면에 있어서 보수당과 노동당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면에 있어서는 양당간의 대립의 폭이 매우 협소하다는 것은 오늘날 영국정치의 특징을 이룬다. 이는 양당공히 복지사회의 구현을 향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가 부국의 경제체제가 자본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 구별키 어려울 정도로 혼합복제로 접근해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경제적 배경은 이번 총선으로 하여금 쟁점이 거의 없는 선거로 화하게 하였는데, 이런 조건하 집권당의 교체는 영국의 대내대외정책에 사소한 변화의 초래를 의미할 뿐인 것이다.
노동당정권은 71년 말까지 수에즈이동에 있는 영국의 병력을 모두 철수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행 중에 있었는데 보수당은 이러한 계획이 『영국의 세계적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이라 하여 계획기간을 몇해 동안 더 연기하자는 주장을 내세웠었다.
따라서 보수당의 집권은 71년 말까지의 수에즈 이동 병력의 철수계획을 완화하고 지연시키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수당정권이 이런 방향으로 움직여준다면 닉슨·독트린의 전개에 따르는 아시아 주둔 미군병력의 감축에 근본적인 불안을 느끼고 있는 아시아의 약소한 자유국가를 고무해주는 결과를 조성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새로 발족하는 히든 내각이 영국의 세계적 책임을 자각하여, 침략을 배격하고 세계평화를 굳게 해나가는데 빛나는 업적을 쌓아올릴 것을 희구하면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를 가지고 정권담당자를 교체하는 영국의 정치풍토를 높게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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