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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에 또 하나의 남북|캄보디아 양분설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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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3월의 시아누큰 실각이래 좌우세력의 대립과 미·월 연합군의 진격등으로 혼미를 거듭해오던 캄보디아사태는 론·놀 정부가 『공산군지배하의 영토를 포기, 사실상의 분단을 계획하고있다』는 보도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강경한 부인성명이 뒤따라 나왔지만 관계전문가들의 견해는 『분단설』이 상당한 가능성을 갖고있다는 쪽으로 기울고있다. 이와같은 풀이의 근거로서 이들은 몇가지의 군사·정치적 이유를 내세우고있다.
군사적 이유란 론·놀 정부가 현실적으로 캄보디아 전영토를 지배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다. 말하자면 『양분은 이미 기정사실』이며 이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느냐』의 여부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는 논리이다.
이들은 3.18 쿠데타이후 4.30 미·월군 진주까지 불과 한달 반사이에 론·놀 정부가 겪었던 참담한 패배를 그 반증으로 내세우고 있다. 17개성 가운데 8개성을 빼앗기고 프놈펜 32㎞밖에까지 공산군이 육박해올만큼 무기력했던 군대가 두 달의 유예기간에 힘의 균형을 바꿔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분할설을 뒷받침하는 또하나의 근거는 닉슨의 캄보디아 개입 목적에서 연역되고 있다. 즉 4.30진격이 ①붕괴직전의 론·놀 정권에 숨돌릴 여유를 주고 ②군사적 우위를 기초로 인지3국에 대한 공산측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캄보디아문제에 관한 『분할이 최상의 협상안』이라는 풀이이다. 이러한 협상가능성에 대해서는 말리크 주유엔 소련대사도 상당히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지난 4월24일의 인지공산 4자 회담에서도 『모든 형태의 협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여 그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추리는 중공이 협상테이블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에 한해서 성립되는 가설이다. 시아누크라는 『굴러들어온 봉』을 잡은 중공이 강경하게 『전면적 승리이』를 고집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시아누크에 대한 비호가 인공위성의 발사로 명실공히 울트라·파워가 된 이래 국제정치 무대에 던진 최초의 주사위라는 것도 강경의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21일 모택동이 이례적으로 『세계대전위기의 상존』을 선언한 것도 『분단이라는 반대급부』정도로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더욱 짙게 해준다.
분단설이 나돈직후 론·놀이 시토에 군원을 요청한 것은 이러한 중공태도에 대한 일종의 경고조치라고 보는 측도 있다. 6.30 철수이후 미군이 닉슨·독트린때문에 재개입하지 못한다해도 캄보디아전을 동남아제국의 국제내전으로 전환할 수는 있다는 포석이다.(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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