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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학생 봉사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의 평화봉사단 단장이 뉴요크시에서 택시를 타면서 운전사에게 봉사단본부에 가자고 일렀다. 운전사는 뒤를 돌아보며 『평화봉사단이 아직도 있느냐?』고 되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케네디대통령의 구상에따라 9년전에 평화봉사단이 창설되자, 그 성과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도 적지않았다. 실제로 50개국에 걸쳐 파견된 1만4천명의 미국 청년과 원주민들 사이엔 마찰도 적지않았다.
한 소녀는 현지의 불편한 변소시설을 말했다가 지방민을 자극하여 송환된 일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화봉사단을 단순한 친선외교사절 이상으로 만들고,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한 것은 단원들의 청년다운 이상과 굳은 의지 그리고 헌신성이었다. 당초에도 10대 1의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는 것도 평화에 봉사하려는 젊은이들의 열의를 나타낸 것이었다. 이들이 모두 병역면제라는 특혜를 바라서 지원했다고 볼 수는 없을 정도로….
그러나 이제는 평화봉사단의 얘기를 별로 듣지못한다. 이들을 열광케했던 이상과 기대가 시들어진 때문인지, 또는 타성화해버린 때문인지.
문교부에서는 모범학생봉사단을 조직하여 이번 하계방학중에 농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계획을 세웠다한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남녀고등학교에서 1명씩 뽑힌 모범학생 30∼50명이 한 조가 되어 각 부락에 파켠키로됐다한다.
이들이 해줄 것으로 요청되고 있는 일들을 도로보수, 한·수해대책, 독서지도, 보건위생지도…등 허다하다.
문제는 이런 일들을 자각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의욕과 그것을 능히 해낼만한 훈련과 지식을 봉사단원등이 얼마나 갖게 되느냐에 있다.
학교 안에서의 모범학생이 꼭 농촌에서의 모범봉사단원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평화봉사단원은 배치되기전에 4백에 걸친 전문분야중의 하나에 철저한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서도 지방민과의 마찰로 인한 문제들의 적지않았다. 이보다 규모는 훨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학생봉사단이 겪게될 문제들은 똑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도시의 학생들이 시골에서 일으키기 쉬운 단원 사이의 마찰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뭣보다도 왜 농촌에 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투철한 자각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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