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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 교환상봉 북에 제안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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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가 23일 열릴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추석(9월 19일)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서울·평양을 제안한다. 정부 핵심 당국자는 22일 “고령 이산가족의 교통편의와 남북 관계의 발전적 정상화란 측면을 고려해 서울·평양 동시 교환방문을 북측에 제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0년 8월 1차 상봉부터 세 차례의 이산 상봉은 서울·평양에서 열렸으나 4차 상봉(2002년 4월)부터는 북측 요구에 따라 금강산에서 열려 왔다. 정부가 서울·평양 동시 교환 방식의 상봉을 제안한 건 북측 관할 지역인 금강산에서 이뤄지는 만남이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만남을 방해하고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본지 8월 20일자 1면)을 고려한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이산 상봉 일정과 장소 등 실무 문제와 함께 상봉 규모(현재 남북 각 100명)의 확대도 북측에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실무접촉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2010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3년 만에 재개되게 된다.

 우리 측에선 이덕행 통일부 정책기획과장이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 자격으로 실무회담 수석대표를 맡는다. 북측 단장은 장관급 회담 수행원 등으로 서울을 방문했던 박용일이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 자격으로 나온다.

 서울·평양 이산 상봉 제안은 과거 정부의 남북관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남북관계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억지 요구에 끌려가지 않음으로써 태도변화를 이끌어낸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전례를 이산 상봉 협의에도 적용해 보겠다는 시도다.

 서울·평양 상봉이 관철되면 우리 측에서 컴퓨터 추첨 방식으로 선정한 이산가족들이 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해 재북 가족과 만난다. 북한이 선발한 이산가족은 고려항공을 이용해 서울에 와 남측 가족과 상봉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우리 측 발언이나 언론 보도를 문제삼아 상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횡포를 부리기 어려워진다. 같은 시간 남측에 북한 상봉단이 머물고 있는 점을 북측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과거 서울·평양 동시 교환방문으로 남한에 왔다 간 북한 주민들이 서울의 발전상을 보고 동요해 입소문을 내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자 북한 당국은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김대중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체제수호’ 차원에서 상봉 장소를 바꿨던 북한으로선 다시 서울로 옮기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전례 없이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서울·평양 상봉을 관철하는 데 호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6월 남북 간에 추진된 당국회담 장소 문제 등에서 북한은 우리 측 요구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특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열리는 기간에 판문점 회담을 받아들인 건 파격이다.

 정부가 서울·평양 교환방문을 제안하려는 건 상봉 규모 확대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그동안 남북 100명씩 상봉하는 이벤트성 행사로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북한은 22일 금강산 관광 회담을 8월 말이나 9월 초 갖자고 제안해 왔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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