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안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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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같은 말도 영어와 우리말과는 각기 뜻하는 것이 크게 달라진다. 가령 영어에서는 「틴·에이저」란 TEEN이란 어미가 붙는 13세부터 19세까지를 말한다.
우리가 「틴·에이저」라 할 때는 10대의 청소년을 전부 말한다.
미국에서의 「드럭스토」(drugstore)를 그대로 번역하면 약방이 된다. 그러나 미국의 드럭스토는 간역 식당 겸 약방 겸 잡화점이 된다.
생각하면 이런 예는 허다하다. 그러나 얼핏보면 똑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것이 「직업 소개소」이다.
미국에서는 「직업 소개소」는 주로 경영주들을 위해서 강사를 하고 있다. 물론 실업자의 구제를 위한 것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거대한 조직망을 가진 「인력 대여 산업」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응모해온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하고 합격자에 한해서 등록해 둔다. 그리고 기업 측에서 아쉬울 때 빌려준다. 만일에 응모자의 기술이 오랫동안 놀고 있는 동안에 떨어진다면 소개소 측에서 무료로 연수를 시킨다. 그리고 기업 측에 보낼 때는 배상 보험까지 붙여준다.
이런 「인간 대여」회사가 미국에는 4백 개가 넘어 있다 한다. 그리고 이 회사들은 기본임금의 40% 내지 50%나 되는 수수료를 기업자 측으로부터 받는다.
그래도 워낙 노동력이 모자란 데다 안심을 하고 쓸 수 있기 때문에 현대의 새 산업으로서 잘돼 나간다 한다.
가령 이중에서 제일 큰 「맨·파워」사는 전세계에 걸쳐 6백개에 가까운 지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 68년도에는 1억5천만 달러의 순 수입을 올렸다 한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빌려주는 인력에는 농장 노동자에서부터 물리 학자에 이르기까지 32만 평이 넘는다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실업자들의 아쉬움을 덜기 위한 「직업 소개소」들만이 있다. 그러니까 영리보다도 사회 사업의 성격을 더 많이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런 허점을 이용하여 영리만을 위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등쳐먹는 악질업자들이 많다.
당국에서는 이런 유료 직업 소개소들을 정리하고 이름도 「직업 안내소」로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왕에 「직업 소개소」가 만들어 낸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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