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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 대책의 중요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즘 서울 거리에서 산책을 한다는 것은 풍류도 될 수 없고 심지어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조금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러쉬아워에 종로·청계천로·을지로 등 중심가를 거닐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눈을 뜨고 있기가 거북스럽고 악취마저 심하다는 의견이다. 그만큼 서울의 대기 오염도는 눈에 뜨이게 악화 일로에 있어 그것은 호흡 장애·두통·시력 감퇴 등 새로운 풍토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공해 문제는 단지 대기 오염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식수 오염·소음·식품 공해 등의 문제도 요즘 날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강물의 오염도의 경우 보사부에서 최근 검사한 바에 의하면 그것은 이미 수도용수뿐 아니라 공업용수에도 부적합할 만큼 부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재 서울 시민이 살고 있는 환경 중에서 공기·물·식품은 물론 귀에 들려오는 소리마저 모두가 인체에 해독을 끼칠 가능성이 많은 것이라면 도시의 발전이라든가 산업의 발전 등 지금까지 서울 시민들이 추구해온 모든 가치 개념은 그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흔히 공해는 문명이 만들어낸 제2의 천재지변이라 한다. 또 어느 학자는 공해의 무서움에 대해 미래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인류 멸망의 함정으로 그것은 자연 현상으로 발생하는 천재지변보다 더욱 가공할만한 재난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유엔 총회에서 오는 73년도에 스웨덴에서 공해 대책을 연구하기 위한 국제 회의 소집을 결의했을 때에나 금년 초 닉슨 미 대통령이 의회에 환경 개선 특별 교서를 제출, 공해 문제에 도전할 결의와 그 시책 방침을 발표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에도 공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별반 없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공해 대책을 지구 관리 계획이니 21세기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활로를 찾는다는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루고 있을 때 우리는 보건 당국이나 대학연구실에서 서울의 공해 피해에 관한 초보 단계 조사만이 간간이 발표되었을 뿐이다.
본래 공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자면 거기에는 여러 제약과 난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공해 대책이 산업 발달의 장해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 오염의 요인을 제거한다고 해서 공장의 굴뚝이나 자동차를 갑자기 없애서는 안되며, 공장의 경우 벙커 C유 사용 과정에서 아황산 제거 장치를 달아 배기 개스의 독소를 약간 감소한다든가 자동차의 경우 우선은 엔진 정비 기준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일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가능한 한 저하시키면서 점차로 배기 개스 공해를 추방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추적해야 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지금 당장 공해 대책의 전부를 본격화한다는 것은 기술상 상당히 무리할 줄 안다. 무엇보다도 조사, 연구, 실천 과정에 필요한 막대한 인원과 자금을 확보할 방법이 막연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도 이미 공해가 가져다준 피해를 보기 시작한 현 단계에서는 적어도 공해의 실태 조사와 예측 조사와 같은 것만이라도 정부는 본격화시켜 주어야 될 것으로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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