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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동 구분될 「창작 미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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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일찌기 플라톤은 금·은·동으로 「이상국」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금·은·동 속에는 선뜻 벗겨낼 수 없는 신비로운 트리니티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의 추상능력은 사실상 서구추상화의 종주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 정도의 예비운동을 하고서 이번 창작 미협전(19일∼24일·신세계화랑)을 보면 별로 큰 부담은 없다.
추장화가 혼탁한 사실(현실)을 순화하는 과정의 한 체계라고 보면 우선 강대련, 최현순, 전준자, 남혜숙의 작품을 동으로, 유경채, 고화흠, 정문현, 정린, 하영식, 이동웅, 최재귀의 작품을 은으로, 그리고 이기원, 양승권, 나영삼 작품을 금으로 대충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구분은 토산지와 같이 어떤 가치선정으로서가 아니라 사실의 세계를 순화하는 작업에 있어서 다만 퍼스팩티브의 차이를 말하는 것에 한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추상화가 그 이면으로서의 역사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며 이런 점을 단서로 하고 개개인의 그림을 대하면 매우 흐뭇하다.
특히 유경채씨의 완숙함은 1차 적으로 흐뭇하고 또한 우리들에게 어떤 기대를 갖게 한다.
그 기대가 새 양식의 창조이며 그 새 양식은 불가불 『추상에서의 탈주』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입장에서 표승협씨의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표씨의 작품은 약간 불안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래도 많은 문제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우선 『추상에서의 탈주』라는 움직임이 보이며, 그 탈주가 현실로 재 환원하려는 바람직한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박용숙(필명=박동홍·금년도 본사 신춘「중앙문예」 미술평론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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