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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 개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공기를 매매하는 회사-. 벌써 50년 전 프랑스 화가 마르셀·뒤샹(Marcel Duchamp)은 이런 몽상을 했었다. 언젠가 뉴요크 시에선 정말 전위 화가들이 고무풍선에 바람을 넣고 파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파리의 센 강변, 마로니에나무 아래서 담아온 공기라는 것이다.
최근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선 에어·아트(공기예술)가 유행하고 있다. 공기를 조각한 작품. 기구 속에 바람을 넣은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예술의 소재로 삼는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공기가 이처럼 새로운 예술의 오브제가 된 것은 대기오염시대에나 볼 수 있는 아이러니이다.
외국의 한 미술잡지는 공기예술에 뒤이어 이번엔 「공기산업」을 제안하고 있다. 고지의 산림지대에서 미너럴·에어(mineral air)를 채취, 에어·탱크에 저장한다. 여기에서 공도를 통해 가정마다 「맑고 영양분 있는 공기」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가상적인 이 「공기산업」의 이야기는 기묘한 현실을 느끼게 해준다. 나날이 압박해 오는 대기오염의 문제. 공해는 육체적인 질식과 함께 우리의 정신까지 질식시켜주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국의 생태학자들은 우리의 공해를 3기로 구분하고 있다. 지난 50년대는 안정기, 60년대는 발달기, 70년대는 피해기. 바야흐로 우리는 서울 주거지역의 아황산 개스 농도가 69년도엔 65년에 비해 무려 20배나 늘어난 현실을 본다. 65년도를 기준으로 우리 나라 총 대기오염물 배출량의 증차를 보면 실로 놀랍다. 산업장의 배출량이 7.2배, 교통기관의 배출량이 3.3배로 늘어나고 있다.
가령 자동차 배기 개스 중엔 이산화질소 (NO₂)가 들어있다. 쥐 60마리에게 그 배기 개스를 1개월간 흡수한 결과 15일째 되는 날 쥐들의 기관점막엔 기포가 생겼다. 30일째에는 염증이 일어나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인체와 쥐와는 물론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나 염증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서울 합정동엔, 정체불명의 괴 개스가 난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아직도 원인은 분명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이 괴 개스는 목에 통증을 일으키며 재채기가 나고 눈물을 흘리게 한다. 학교학생들은 개스에 못 이겨 귀가를 하고 말았다.
공해는 이처럼 예고도, 자취도 없이 우리를 침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 이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날지 모른다. 실로 우리는 「인간 건설」에도 진지하고 심각한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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