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미국 제조업 … "수출강국 명성 되찾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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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금융과 IT 등에 의존해온 미 경제의 새로운 흐름이다. 사진은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GM 자동차 조립장 모습. [중앙포토]

‘다시 제조업’을 외쳤던 오바마 행정부의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올 2분기 미국 제조업체들의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해 2% 늘었다. 미국 제조업연맹(MAPI)의 어니스트 프리그 선임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다. 단 2%의 미약한 변화지만 미국 제조업에는 큰 의미가 있다. 프리그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의 수출 증가율은 올 1분기 0%였지만 2분기 2%로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 제조업 수출 증가율은 19%에서 3%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미국의 올 상반기 제조업 부문 무역수지 적자는 22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억 달러 감소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리그 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중국 등에 밀려 수출국으로서 잃어버렸던 10년을 미국 제조업이 되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부흥을 강조하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놓은 덕분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식에서부터 제조업 부활을 강조했다. 미국 경제 재건(Remaking America)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 위기에 빠진 미국을 선조들이 물려준 덕목으로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를 일으킨 수출 제조산업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1년 후인 2010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 5년 안에 수출을 배로 늘리겠다. 새로 일자리 200만 개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제조업 일자리의 증대가 중산층을 복원하는 첩경이라는 게 오바마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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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정부 출범 이후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했지만 일자리가 별로 늘지 않았고 재정적자는 불어났다. 비대한 금융시장이 오히려 경제위기의 진앙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다시 제조업’을 강조한 배경이다.

 “앞으로 3·4분기 실적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긴 했지만 프리그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의미심장한 진단도 했다.

 “세계 수출의 ‘빅 5’라고 할 수 있는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한국 가운데 미국을 뺀 나머지 4개국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를 해마다 기록해 왔다. 미국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최후의 보루(importer of last resort)’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 제조업은 기술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국으로서 위상을 다시 되찾고 있다.”

 세계의 소비시장으로서 경쟁국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을 비롯한 수출 중심 신흥국엔 분명 신경 쓰이는 소식이다.

 미국 제조업이 변하고 있다는 징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 2분기 석유·가스 수출액이 68.3% 증가하며 수입액을 추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분야는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 요인으로 통했다. 셰일가스 개발이 큰 성과를 보이면서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 일자리도 크게 늘리는 추세다.

 기저 효과(비교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탓도 있긴 하지만 일자리 지표도 많이 나아졌다. 지난 7월 실업률은 7.4%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제조업에서만 60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하지만 넘어야할 산도 많다. 미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해럴드 서킨 시카고사무소 대표는 “그동안 해외 생산과 아웃소싱이 심해 현재 미국에는 제조업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고희채 전문연구원은 “미 제조업의 노동생산성과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그 뒤에는 경제위기로 고착화된 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산업이 제조업 수출을 이끌고 있긴 하지만 셰일가스의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불안 요소가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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