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홈쇼핑은 한 편의 쇼 … 직접 보니 K팝 공연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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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의 인도 홈쇼핑 채널인 스타CJ의 쇼호스트들이 이달 초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직접 빨래를 널어 보이며 건조대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CJ오쇼핑]

13일 서울 방배동에 있는 CJ오쇼핑 B스튜디오. 여성 쇼호스트 동지현씨와 김현우씨가 이날 판매할 여성 캐주얼 의류를 직접 입고 무대에 섰다. 동씨는 무대를 오가며 이 옷이 활동하기에 얼마나 편한지, 맵시가 어떤지를 설명했다. 화면에 브랜드 설명자료 영상이 뜨면서 동씨가 의류업체에 대한 소개를 시작하자 김씨는 재빨리 무대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다른 옷을 입고 나와 다음 상품 소개를 준비했다. 두 사람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모두 여섯 벌의 옷을 선보였다.

 이날 객석에서는 베트남에서 온 대학생 10명이 동씨와 김씨가 의류를 판매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준비된 사이즈가 대부분 매진되고 방송을 마친다는 사인이 나오자 학생들은 박수를 터뜨렸다. 마인 끄엉(22·하노이대)은 “마치 K팝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방청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CJ가 실시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3주 동안 스튜디오 투어, 물류센터 견학, 홈쇼핑 제품 구성 등을 배우고 있다. CJ오쇼핑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식 홈쇼핑 방송이 크게 인기를 끌자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기술을 배우려면 독일, 전자제품 기술을 배우려면 일본에 갔던 것처럼 홈쇼핑 방송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배우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홈쇼핑 방송이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상품 기능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매출 9조원으로 세계 1위 홈쇼핑 업체인 미국의 QVC조차 프라이팬을 선전할 때 ‘가격 얼마, 몇 개 사면 할인’ 등을 반복 소개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한국 업체들은 아예 스튜디오에 주방을 차린다. 그리고 앞치마를 두른 쇼호스트들이 나와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계란 프라이를 해 보인다. 그러면서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다는 점, 프라이팬 주변에 눌어붙은 양념이 손쉽게 벗겨지는 모습 등을 시연한다.

 홈쇼핑 업체들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별의별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의 영상 촬영을 위해 프랑스 몽블랑산을 찾아 현지 촬영을 해 올 정도다. 여성용 속옷 판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프랑스 파리 교외의 고성(古城)에서 촬영한 경우도 있다. 공들여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이색 기록도 나왔다.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에서 매년 우수 영상물에 시상하는 ‘그리메상’ 시상식에서 CJ오쇼핑의 로우알파인 영상물이 2012년 케이블 광고영상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리메상을 홈쇼핑사가 받은 것은 처음이다.

 롯데홈쇼핑에는 해외 견학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베트남 VTC그룹, 태국 CP그룹, 일본 이토츠상사, 미국 컬럼비아대, 프랑스 제몰로지 등 10여 개국에서 롯데홈쇼핑 방송센터를 50여 차례 방문해 홈쇼핑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하우·기술교육을 받고 돌아갔다.

 현재 CJ오쇼핑은 6개국 8개 채널에서 현지 영업을 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내년부터는 유럽 무대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GS홈쇼핑도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중국 홈쇼핑 회사인 차이나홈쇼핑그룹 지분 20%를 인수했 다. 태국 현지 합작사인 ‘트루 GS’는 개국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011년 7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CJ오쇼핑 이해선 대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7년께 유통업계에서 국내 최초로 세계 1위 업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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