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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한국의 날과 민요|나운영(작곡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본조 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이 들려오는 가운데 엑스포70한국의 날 행사가 통신위성을 통해 중계되었다.
흔히 한국을 상징한다면 색동저고리 갓과 긴 담뱃대 태극선 등을 든다. 물론 외국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웬일인지 우리들에게는 좀 유치하다든가 전시대적인 느낌이 들어 그리 마음에 흡족하지 못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노래에 있어서도 아리랑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고는 하겠지만 이보다 더 좋은 노래는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아리랑에는 본조 아리랑, 밀양아리랑 이외에도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등등이 있다. 본조 아리랑은 그래도 대표적인 것이라 빼놓을 수 없다고 하겠지만 밀양아리랑은 좀 경박해서 일본노래나 중국노래와 혼동되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사람들이 밀양아리랑을 들으면 『역시 동양3국은 노래가 모두 비슷하구나』하는 오해를 사기 알맞을 것만 같다.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문화가 우리 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민요만 하더라도 일본 것은 중국 것을 많이 닮았는데 우리 민요만은 아주 독특하다는 것을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는 터이니 한국을 상징하는 노래를 고르는데 있어서 좀더 신중을 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양산도, 도라지타령, 방아타령이나 영산회상에 나오는 타령, 그렇지 않으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고향의 봄, 반달, 오빠 생각 등 동요 중에서도 하나쯤은 골랐어도 좋았을 성싶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상징하는 노래로서는 본조 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보다는 좀 정적(정적)인 노래가 적당하지나 않을까?
하기야 동백아가씨나 노란 샤쓰의 사나이 같은 노래가 불려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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