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와 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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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의 하루는 트럭소리에서 시작됩니다. 물차가 오는 소리만 들리면 온 동네의 집안 일은 모두 중단됩니다. 그리고는 그자동차의 뒤에 매달려 아우성을 쳐야만 한 바께쓰의 물을 얻어옵니다. 하루종일 온 정신이 여기에 팔려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하루요 매일의 생활입니다-. 어느 주부의 신문투고에서 본 한 구절이다. 서울의 수도사정은 날로 어두워만 가는 것 같다. 하루의 가정생활이 물 한 바께쓰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은 더없이 서글픈 일이다.
서울시 당국의 구의 수원지 계획에 따르면 적어도 2백억 내지 2백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몫에 그 많은 예산을 마련할 길은 물론 없을 것이다. 이것은 수도료인상으로도 충당할 수 없다. 수도료인상률과 공사비지출속도를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덩달아 자재 값이 오르고 부실공사마저 겹치면 오히려 모든 일은 허사로 끝나기가 쉽다.
현재 서울의 최대 급수 가능량은 85만t을 집계하고 있다. 이물의 혜택을 입는 시민은 3백96만7천명이다(서울인구4백77만명·69년 말). 그러나 실정은 통계와 같지 않다. 실제 급수량은 겨우 50만t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누수율은 30.2%나 된다.
그러나 무수율이란 것이 또 있다. 이것은 급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받을 수 없는 량의 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비율이 무려 44.4%에 이른다. 문제는 이것이 더 다급하고 심각한 것 같다. 수원지의 확장과는 관계없이 그만한 비율의 물은 종적도 없이 어디로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과연 이것이 시설노화에만 원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무수율 속엔 30.2%의 누수율도 포함된다고는 하지만 지하의 일을 그처럼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에 상당한 누수와 무수를 방지할 수 있다면 서울은 한결 갈증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민의 1일 수도용량은 1백25ℓ로 집계되고 있다. 만일 누수율 중에서 12만t만 가정의 수도꼭지로 돌릴 수 있다면 적어도 1백만명 분의 물이 불어나는 셈이다.
서울의 수도난은 반드시 수원확장만이 다급한 일은 아닌 것도 같다. 누수와 전수의 방지만으로도 우선 해갈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수도행정의 점검부터 시작하는 것이 수도난을 해결하는 순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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