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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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국회본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정부의장은 국회법 제146조1항 규정에 따라 의장직권으로 송원영 의원 징계 동의 안을 발의했다. 13일 본회의도중 송 의원은 발언중인 이국회의장을 단상에서 밀어 넘어뜨린바 있는데, 공화당은 송 의원의 행위가『국회의 위신을 손상시키고 문란케 했다』는 이유로, 송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할 방침을 세우고 그를 징계키로 한 것이다.
만 8개월만에 가까스로 성립된 양당국회가 개회되자마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 정쟁격화의 징조를 보이게 된 것을 우리는 국민적 입장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문제의 송 의원은 9.14 개헌안 처리당시 사회를 맡았던 이 의장이 신상발언의 형식으로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데 있어 사회 석에서 발언한데 대해 분격하여 난폭한 행위를 취하게 된 것 같은데 이런 행위가 국회의 위신을 손상케 하고 법질서를 문란케 한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송 의원의 난폭 행위는 그 동기에 있어서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니 그는 신민당 소속의원으로서 신민당 소속의원을 모두 제외하고 야심에 개헌안을 변칙 처리한 9.14당시 사회를 맡았던 이 의장에 대한 신민당의 반감을 행동으로 표시하여 말썽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9.14개헌안 처리과정에 있어서 사회를 맡았던 이의장의 행동이 공명정대치 못했던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바로 이 사태의 해명이 송 의원의 난동을 유발케 한 진원이었다고 하면, 비록 송 의원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국회위신을 손상시킨 것이라 하더라도 국회는 관용을 베풀어 가볍게 징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들리는바 공화당은 송 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법사위의 심사보고를 거쳐 국회의 의결로써 행하게끔 되어있는데 제명에는 재적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므로 공화당의 방침이 관철될 수 있을 까는 크게 의문시된다.
제명은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적 사형선고요, 중대한 사유가 있기 전에는 감히 발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뿐더러 송 의원에 대한 제명책동은 양당간의 대립을 격화하는 작용을 일으킬 것이니 정치적으로 보아 현명한 방법이라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송 의원 자신이 자진하여 공개 사과하거나, 송 의원을 징계에 회부하되, 양당간의 정치적 타협으로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정도로 낙착시키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의회정치의 모국인 영국에 있어서 의장의 권위는 거의 절대적인 것이고 그는 개개인의 의원에 대해서 국민학교 교사가 어린이에 대해서 갖는 것만큼의 위신을 지닌다고 한다. 의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당 적을 이탈해야하며 국회운영에 있어서 공평무사를 기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집단적인 혹은 개인적인 회합에도 일절 참석지 않을 정도로 몸가짐을 엄격히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영국국회의장이 거의 절대적인 권능과 위신을 갖게되는 법적·도덕적 연원이지만, 우리 나라에 있어서도 의장이 공정무사하고 초당파적인 존경을 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의장단으로 선출된 의원은 그 임기 중 당 적을 못 갖게 하는 법제도상의 개혁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원이 의장을 단상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따위의 사건은「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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