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입찰가 높여 담합 272건 … 공정위,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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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십억원 규모의 초·중·고 학교급식을 담합한 업체들에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명령만 내리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19일 학교급식 음식자재 입찰을 담합해 낙찰가를 높인 태강씨푸드 등 광주 지역 5개 식료품 납품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광주 지역 초·중·고교의 음식자재 구매입찰에 미리 투찰 가격을 짜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272건, 약 18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이 업체들은 2009년 12월과 2011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태강씨푸드 사무실에 모여 입찰 담합을 도모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가장 경미한 제재조치인 시정명령만을 내렸다는 점이다. 그간 불법적인 담합으로 거둔 매출과 수익에 대한 회수나 금전적 제재 없이 ‘과거 잘못은 묻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똑바로 하라’는 식의 무의미한 제재에 그친 것이다. 공정화 광주전남소비자시민모임 대표는 “학교급식은 그간 문제점이 드러난 분야인데도 담합에 대해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담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입찰참가 31개 업체 중 6곳에 불과하며, 낙찰가격도 당초 제시된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시정명령만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위반 정도가 가장 중할 때에는 검찰 고발을 하며, 다음으로 과징금 처분을 내린다. 시정명령은 공정위 제재 중 가장 약한 조치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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