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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 아들 시위 중 총격 사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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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지지자들이 17일(현지시간) 군 장갑차가 카이로 도심 람세스 광장으로 들어오자 환호하고 있다. 람세스 광장은 군부에 반대하는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집결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던 곳이다. [로이터]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로 빚어진 이집트 유혈사태가 17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인 무함마드 바디에의 아들 암마르 바디에도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 혼돈 속의 이집트 상황을 살펴본 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국내외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들었다.

17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 이집트 전역에서는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 최소 173명이 숨졌다고 이집트 당국이 밝혔다. 수도 카이로 상공에서는 경찰 헬기가 선회하면서 시위를 진압했으며 일부 이집트 언론은 헬기에서 시위대를 향해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카이로 중앙역 근처에 위치한 람세스 광장으로 몰려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반면 군부 지지세력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양측 간에 격렬한 투석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시위 장소로 애용됐던 타흐리르 광장 주변에는 경찰이 철조망을 쳐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무르시의 대통령직 복귀를 요구해온 무슬림형제단은 이날을 ‘분노의 금요일’로 명명한 뒤 전국적인 무장 투쟁을 촉구했었다.

이에 따라 최소 600여 명이 사망했던 지난 14일 이상의 참사가 우려됐으나 그때보다는 희생자가 적어 사태가 소강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향후 일주일 내내 시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집트 총리 하젬 엘-베블라위가 17일 무슬림형제단 해산을 제안하면서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 대변인인 샤우키는 “엘-베블라위 총리가 ‘무슬림형제단을 해산시킬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을 검토해 보라’고 사회연대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Q: 폭력사태는 언제쯤 진정될까.
A: 단기간 내 안정은 힘들 거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분간은 군부건 자유주의세력이건 이슬람세력이건 다 상처를 입어 어떤 특정 세력이 상황을 주도할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군부 가운데 학살에서 자유로운 세력과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구국전선 및 무슬림 내 온건파가 모여 거국적인 국민회의 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 한 권력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9년째 이집트에서 살았다는 교민 이정희씨는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일러야 올겨울에나 정상화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카타르에 위치한 미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도하센터 샤디 하미드 연구소장은 한 기고문에서 “현 이집트 군부는 독재자였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보다 야심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부의 목표는 무슬림형제단을 무력화하고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쉽게 평화노선을 걷지 않을 거란 얘기다.

Q:‘아랍의 봄’은 끝인가.
A: 2011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당분간 잊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찰스 쿱찬 미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미뤄질 수 있다”며 “지금은 현 폭력사태를 멈추는 현실적 대안에 힘쓸 때”라고 주장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시니어 펠로인 쿱찬 교수는 “미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새로운 민선 정부가 세워지도록 이집트를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게 아니라, 군부를 압박해 폭력사태를 끝내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단계에서 이집트에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다. 그는 “미국은 이집트 등 중동 국가를 민주주의로 안내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민주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하 센터의 하미드 소장 역시 “이집트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중동 국가가 될 수 있으리란 희망을 얘기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비관적 견해를 전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집트 군부를 비판하면서 “‘아랍의 봄’의 교훈에 정반대되는 행동을 취한 것이 군부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은 이집트 군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민선 대통령이 들어설 때까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Q: 미국이 이집트 지원 중단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A: 미국 법은 “정당하게 선출된 정부의 지도자를 군사 쿠데타로 축출한 나라에 대해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부터 민주당 의원들까지 여야 양측에서 지원 중단 요구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원 중단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집트와의 공동 군사훈련을 중지한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는 이스라엘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이집트는 중동의 이슬람국가 중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다.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중재한 역사적인 이스라엘-이집트 간 평화협정을 통해 두 나라는 공존을 약속했다. 이 협정하에 미국은 매년 군사원조 13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포함, 15억5000만 달러가량을 이집트에 지원해왔다. 이 지원이 끊기면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평화구도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군사 원조의 대부분이 록히드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같은 미 군수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제프리 마티니는 한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미국에서 받은 군사 원조를 대부분 자국의 군사시설 건설 및 유지를 위해 지출한다”며 “미국이 원조를 끊으면 결국 미 군수기업이 고객을 잃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적 요충지로서 이집트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나라는 미 전투기가 자국 영공을 지날 경우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사전 공지를 하도록 요구한다. 반면 이집트 영공은 번거로운 사전통보 없이도 무사 통과할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터키 영공을 지나 작전을 수행하려던 미국은 터키 의회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때 이집트가 자국 영공을 즉각 열어줘 미 국방부는 신속하게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미 해군대학원의 로버트 스프링보그 교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집트는 수십 년간 이런 방식으로 미국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Q: 이집트 주변 동향은.
A: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집트 현지 신문에 따르면 압둘라 국왕은 “테러리즘과 싸우는 이집트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친서방 성향의 사우디는 무슬림형제단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집트 군부를 밀고 있다. 사우디는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총 12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이집트 군부 측에 약속한 상태다. 이는 미국의 지원액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여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영국·프랑스·독일 정부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합의하고 이집트 군부의 무력 사용 자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EU와 이집트 간 외교관계를 재검토하자고 제의했다.

중앙선데이 남정호 국제선임기자,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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