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 듯한 니트에 고풍스런 긴 치마 … 가을 여심은 '고전+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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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3~2014 가을·겨울 여성복 패션쇼’.
1 스텔라매카트니
2 지방시
3 페이
4 프라다
[사진 각 브랜드]

‘고전과 현대의 공존’. 올가을 스타일 세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고전은 1940~50년대를 연상케 하는 여성적이고 우아한 허리선에서 드러난다. 패션잡지 ‘코스모폴리탄’ 한국판 김현주 편집장은 “저렴한 가격, 발 빠른 유행 따라잡기로 초강세를 보이는 소위 ‘패스트 패션’에 맞서 유서 깊은 브랜드, 역량 있는 패션디자이너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가 고전적인 옷차림”이라고 해설했다.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한 코트·드레스 등이 대표적으로 40~50년대 유행 차림새였다. 김 편집장은 “브랜드의 전통이 보관된 ‘아카이브’에서 옛 작품을 끄집어 내고 이를 현대화하는 방법으로 현재를 사는 여성의 취향에 맞춘 것이 올 가을·겨울 의상디자인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인스타일’ 양수진 편집장 역시 “체크무늬를 활용한 다양한 의상도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모양새여서 올가을 분위기에 필수적인 고전풍”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페이, 돌체&가바나 등 많은 곳에서 체크무늬 의상을 내놨다.

5 돌체&가바나

올가을 패션의 현대성은 ‘록 시크’ ‘스트리트 쿠튀르’라 불리는 경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 편집장은 “겐조 등에서 선보인 화려한 무늬 셔츠·재킷 등을 보면 과거엔 유명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던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란한 프린트는 거리 패션의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고가 유명 브랜드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단 얘기다. ‘록앤롤(Rock’n Roll)’ 패션은 강한 인상, 패션용어로 ‘시크(chic)’는 무심한 듯 멋을 낸다는 뜻으로 심심한 인상을 준다. 상반된 두 이미지가 결합한 것이 올가을 유행으로 점쳐지는 ‘록 시크 패션’. 양 편집장은 “양립하기 힘든 두 사조가 합쳐지면서 거리패션이 고가 브랜드로 스며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르’ 강주연 편집장 역시 “‘스트리트 쿠튀르’는 언어도단일 수 있다. 거리패션은 편하게 막 입도록 만든 옷인데 여기에 고급 맞춤복을 뜻하는 ‘쿠튀르’가 붙었다.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만든 고가 패션이긴 하지만 그 감성은 자유로운 거리패션에서 따왔다는 게 올가을 유행 경향인 ‘스트리트 쿠튀르’”라고 말했다. 생로랑파리·겐조·지방시 등 브랜드 의상에서 이런 조짐이 드러난다. 해진 듯한 면이나 니트 티셔츠를 입고 아래엔 고풍스러운 긴 치마를 받쳐 입는다거나 로커들이 좋아할 법한 개성 강한 티셔츠와 여성적인 주름이 도드라진 치마나 재킷을 조화시키는 등의 차림새다.

강주연·김현주·양수진 3인의 패션잡지 편집장은 이외에도 본래 체형보다 더 커 보이게 하는 코트 등을 말하는 ‘오버 사이즈 패션’, 점점이 박힌 물방울 무늬 패션이 여러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파랑이 절대적인 강세를 띠는 가운데 가을 패션의 강자인 갈색과 회색 등을 기본으로 해 짙은 빨강과 노랑 등 선명한 이미지의 색상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올가을 색상으로 꼽았다.

패션 경향과 동떨어져 존재하기 힘든 메이크업 분야에선 반지르르한 윤이 나는 ‘○광(光)’ 화장법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엘르’ 강옥진 뷰티디렉터는 “오일 등을 덧발라 윤이 나도록 하는 화장법 말고 피부가 약간은 창백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화장법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스타일’ 한은주 뷰티디렉터도 마찬가지 관측을 했다. “보송한 느낌을 살려 마치 인형 피부처럼 매끈하고 광은 나지 않도록 연출하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다. 입술 화장은 피부 분위기에 맞춰 번들거리지 않는 립스틱으로 마무리해 조화를 고려하고 깊고 그윽한 가을 분위기에 맞는 ‘스모키 아이’ 화장법이 유행할 것이란 게 이들의 예측이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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