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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정말 개선할 수 없을 것인가?|배기개스의 주범 노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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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배기개스를 뿜어내는 범인은 바로 노후 차량들이다. 차량의 성능이 낡고 교통소통이 저해될수록 배기개스의 분출은 더욱 심해 대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전국에 운행되고 있는 각종 차량은 11만2천6백대(3월말 현재). 이차 가운데 3분의1이 훨씬 넘는 4만1천 여대가 내연기관이 4년 이상이 넘는 노후 차량이다.
보사부의 조사로는 자동차 1대는 평균 40ℓ의 기름을 담고 있으며 이 40ℓ의 기름을 태우는데는 약 1t의 공기를 소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5만대의 차량이 달리기 위해서는 매일 신선한 공기 5만t이 필요하다. 이것을 체적으로 따지면 3천5만 입방m(1t은 7백입방m).
이 엄청난 양의 공기는 기름의 연소작용을 해 주면서 다시 일산화탄소·아황산개스·질소 산화물 등으로 바뀌어 배출된다.
가장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일산화탄소. 일산화탄소가 생겨나는 과정을 보면 자동차의 카뷰레터에서 연료가 안개 모양으로 분무된다. 이어 실린더에 들어가면 기화되어 탄화수소가 되며, 다시 피스톤으로 압축되는 열을 받으면 탄화수소는 일산화탄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차 자체의 엔진의 성능에 따라서 배출개스의 성분에 영향을 준다.
즉 연소가 좋은 차는 배기개스가 적고, 연소 상태가 좋지 않은 차는 많으며,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보다 십자로에서 교통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 더 많이 배출한다.
과학기술처의 측정으로는 코로나차는 지프보다 2배나 많은 양의 일산화탄소를 뿜고 있었고, 포름알데히드는 지프가 코로나차의 4배가 되고, 아황산개스는 코로나차가 더 많이 뿜고 있었다.
배기개스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대체로 ①탄화수소 ②아세틸렌 ③알데히드 ④질소산화물 ⑤일산화탄소 ⑥탄산개스 ⑦매연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은 공중에 떠돌면서 햇빛의 광화학반응을 받아 스모그를 일으켜 눈 자극·식물장애·오존의 파도 현상을 일으키는 공해 작용을 하고 있다.
이 자동차의 배기개스 분출은 서울의 도시구조 특히 도로 사정이 나쁜데서 위해도를 더 높이고 있다.
서울의 도로율은 13%미만. 자동차의 왕래가 많은 도심지에서의 십자로는 3백m 안팎으로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이 언제나 두 방향에서 밀려 있어서 정지한 차량이 뿜는 막대한 양의 일산화탄소는 거의 살인적인 형편이다. 일산화탄소는 정지했을 때에 달릴 때의 50%가 더 배출된다.
세종로·서소문 입구·을지로 입구·서울역·화신 앞 등 간선도로변 10개 지점의 낮 10시간 동안의 평균 일산화탄소농도는 0·24PPM으로 미국의 보건교육·후생성(HEW)에서 내놓고 있는 인체 유해한계농도 0·2PPM보다 많은 오염도를 보여 주고 있다.
HEW에서 0·2PPM을 기준으로 한 것은 낮 동안이 농도가 계속되면 기관지염 환자의 증세가 악화한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서울 도심지 상가·주택가의 시민은 기관지보다 무서운 병에 걸려 있을 위험이 짙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서울의 지형은 분지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배기개스의 확산이 잘 되지 않아 대기 오염물의 축적에 가장 알맞은 조건을 갖고 있다.
중앙관상대 당국자에 의하면 대기의 오염율은 바람이 없는 날보다 지경풍(바람의 방향은 알 수 있으나 풍향계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상태에서 가장 많은데 서울의 경우는 이 같은 날씨가 1년 중 2백62일이나 되는 형편. 이 때문에 대기오염은 노후 차가 늘수록 흐려지게 마련이다.
이같이 해로운 일산화탄소라 하더라도 그 제거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화장치에는 4개의 방법이 있다고 정비 관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첫째는 백금 니켈 코발트 등 촉매의 층에 미연소개스를 통하게 해서 유해 개스를 산화시키는 방법. 그러나 촉매 값이 비싸고 2만km를 달리면 효과가 없어져 버리는 결함이 있다.
둘째는 직접 화염식 배기관내의 특설 연소실에 신선한 공기를 혼입, 배기개스를 재연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내구성은 있어도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재 연소에 필요한 경비가 많이 든다』는 것.
세째 방법은 엔진을 개량해서 연료와 공기의 혼합을 가장 적정한 상태로 이끌어 완전연소 시키는 유도 방식.
네째는 공기 분사식으로 공기펌프를 가지고 따로 공기를 불어넣어 미연소개스를 산화, 해롭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거 장치에 필요한 부속품인 노즐 인젝션·펌프 등은 상공부 당국에 의해 겨우 올해부터 수입 허가가 되어 있지만 차 한대에 개당 1천8백원∼2천5백원씩 하는 부속품을 6개씩 붙여야 하기 때문에 차주들은 막무가내로 듣지 않는다. 배기개스를 뿜는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차 자체의 노후와 성능의 제질 때문이다. <김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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