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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암행한 인니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대통령은 서부 자바 일대의 농촌을 암행 시찰했다.
대통령의 최초의 암행에 군인·관리들이 뒤따랐다. 대통령 일행 27명은 2대의 지프와 1대의 마이크로·버스에 나누어 타고 자카르타를 몰래 빠져나갔다고.
대통령 관저 출입기자도 아무도 몰랐다.
보고르, 스카부미, 인도라마유, 티렌보 등의 곡창지대를 순회, 농민들과 직접 이야기를 했다.
처음 이틀 동안은 서부자바주 정부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나 3일째는 지사·고급장성·관리들이 알고 뒤따르는 바람에 암행 계획을 잡쳤다.
이번 시찰의 목적은 지도집단농업(BIMAS)의 실정을 살피는 것이었다. 정부의 지도에의 해 쌀의 증산, 품종개량 등을 이룩했다는게 BIMAS 방식인데 수하르토정권은 BIMAS에 미쓰이물산 등 3개 일본상사까지 참가시켰다.
그러나 외자를 들여도 인도네시아측의 관리체제가 신통찮아 계속 실패를 해왔다.
도대체 이 지역은 BIMAS에 『달갑잖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실정, 푸드만파는 수하르토 대통령과 농민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대통령=BIMAS는 당국의 식량증산에 필요한 조치로 완전 실시되면 ㏊당 수확은 3∼4kg에서 5∼6kg으로 늘어나므로 협력해주기 바란다.
▲농민=대통령, 그것은 관리들의 새빨간 거짓말이다. BIMAS에 참가하면 비료는 필요할 때 오지 않는다. 지금 도시에서는 1kg당 17루피아(1루피아=0·6원)로 살 수 있는 비료를 31루피아에 강매하고 있다.
BIMAS는 관리들의 주머니만 살찌게 할 뿐 농민에는 조금도 이익이 없다.
▲대통령=싼 비료는 장물이 아니냐?
▲농민=그런 것 알바 없다. 값싸고 경작에 알맞게 입수되므로 놓다.
이런 식의 대화가 여기 저기서 되풀이되고 있어 수하르토 대통령은 정부에 대한 평판이 너무 나쁜데 놀랐다 한다. 어떤 농촌에서는 BIMAS용 비료가 4만5천 부대나 창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서 사용불능이 된 것을 수하르토 대통령이 적발됐다.
반둥 근처에서 지나가는 소형 버스를 멈추었더니 운전사는 『이제 저쪽 검문소에서 2백50루피아쯤 군인에게 빼앗겼다』고 호소했다. 육군기관지 브리타·유다지는 얘기 도중 상대방이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운전사는 『전혀 몰라 뵈어 실례했다』고 하면서 황송해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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