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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부를 위한 강좌와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의 여성들은 학교 문을 나오면 공부에 관심이 떨어지고 가정을 꾸미게 되면 책한 권 읽기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결혼하고 서투른 살림에 허둥대다가 아기가 생기고 아기 치다꺼리, 남편 시중, 집안 일을 하다보니 이젠 내가 옛날에 무엇을 공부했던가 생각도 안나요 한 학사 주부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한국의 주부들이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의 부엌구조와, 돈버는 일외엔 모든 일을 부인에게 맡기는 남성들의 태도를 보면 주부들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감당해 내는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한국에서 살다간 외국인 부인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현실을 탓하기만 하지 말고 빨리 고치도록 해야죠』-서울YWCA간사 정영숙씨(대외출판부)는 주부들의 식지 않는 향학열로 생활합리화를 이루어야 하고 따라서 여유를 얻는 지름길이 된다고 지적한다.
중앙일보에 실린 3월중의 여성계소식에선 21개의 주부를 위한 무료강좌가 안내되었다. 이들 강좌는 자녀의 교육에서부터 미용·의상과 실내장식·건강·사회·예술 방면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때로는 참석자들의 좌담회도 이루어진다.
며느리의 발뒤꿈치는 달걀 같아야 하나라는 한국의 고질적 가정 문제를 다룬 이색 세미나가 있는가하면 선물포장 강습·패턴이용 실습 등 무료의 유익한 모임이 얼마든지 있다.
보통 한 강좌엔 40∼50명에서 2백여명의 여성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학술적인 것보다는 주부들은 실용적인 모임에 더 많이 나온다. 학교 입학시즌이면 자녀교육세미나가 붐비고 여름철이면 불량식품에 대한 강연회에 많이 모인다.
전위예술세미나에 참석했던 주부 이승옥씨(서울 불광동)는 『이제 신문에서 전위라는 말이 나오면 열심히 보게 되었어요. 옛날엔 그저 남의 일이거니 하고 읽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자기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틈만 나면 신문에 소개되는 강좌를 찾아가 본다고 한다.
주부를 위한 이런 모임은 물론 생활에 도움을 주고 사회의 흐름을 알려주지만, 무엇보다도 참석하는 주부들에게 커다란 자극을 주는 것으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날 그날의 생계에 쫓겨 현상유지에 바쁜 여성들이 무엇이든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보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렇게 배우겠다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서로가 자극이 되어 효과가 크다』고 주최자들은 말한다.
생활과 교양을 위한 이런 주부강좌와는 달리 좀 더 깊게 배우고 싶다는 주부들은 수업료를 내는 본격적 코스를 밟기도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서예·묵화·고전무용 등 취미 방면과 외국어 훈련.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외국인과의 접촉이 좁아짐에 따라 상냥한 주부교제에 외국어가 필요하게 됐다.
거의가 영어를 배우는데 주부들은 문법보다는 주로 회화쪽이다. 서울의 강습소에선 1주일 두번에, 한달 강습비가 1천5백원∼3천원. 개인 교수를 받을 경우는 2천5백원서부터. 외국인에게 직접 받을 때에는 훨씬 많이 내야한다.
불어나 독어를 배우는 주부들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회화반에선 1할 정도(알리앙스·프랑세즈의 경우)를 차지한다. 수강료는 1주일에 세번 나가고 한달에 2천원∼3천원. 개인 지도는 1주일 2시간씩에 월5천원 이상이다.
주부들 상대이기 때문에 무료·유료강좌는 대개 낮 시간에 열린다. 주부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틈을 내서 낮의 1, 2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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