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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한국문학의 내일과 그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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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일의 한국 문학은 세계문학의 일환으로서 존재해야한다. 이 말은 한국문학이 세계적인 수준과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내일의 위치를 가져야 한다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현대와 같이 국제적 교류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시대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과 위치를 가지지 못한 문학은 낙오된 문학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가 아직도 짧기는 하지만 이미 반세기를 넘고있는 이상, 이제는 우물 안의 개구리로서 자위만하고 있을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며, 세째는 세계적인 추세가 세계 각국의 독자적인 문학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는 첫번째, 두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고 세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최근 10년 내외의 노벨문학상의 수상경향을 보면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의 문학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역대 노벨수상자는 주로 유럽국가의 문학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한 불문율의 전통이 10년 전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10년 동안의 노벨문학상의 수상자를 세밀히 분석해 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의 숨은 작가를 발견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수상 대상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있다는 것은 세계 각국에 산재해 있는 고유한 문학, 본색 있는 이질적인 문학을 세계 문학이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서 좋을 것이다. 작년도에 일본의 가와바다·야스나리(천단강성)씨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도 그의 문학이 일본적인 특색이 강하다는데 그 중요한 원인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세계문학을 풍부히 할 수 있는 특수한 성질만 갖추었다면 그러한 한국문학을 세계가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서 좋을 것이다. 이것은 한국문학의 세계적 진출의 가능성을 믿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볼 때 내일의 한국문학은 세계의 문학 속에 서야하고, 그렇게 되어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첫째는 번역의 문제이다. 번역이란 희망이나 의욕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훈련을 거쳐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또한 이것은 우리 나라 사람에서보다도 외국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밖에는 없다. 그런 각도에서 이 번역의 문제는 좀더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국문학에 대한 외국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훨씬 더 증대되고, 그러한 사람들 중에서 자기 나라 말 이상으로 한국말에 능한 사람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문학작품이 다소 외국말로 번역되기는 했으나 그 대개의 경우 작품이 잘못 선택되기도 하고 번역도 또한 완전을 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의 정평이었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불완전한 번역행위는 한국 문학에의 관심과 이해가 증대되고 그리고 번역이라는 일종의 창작적 훈련이 어느 과정을 거친 연후에는 저절로 좀더 완전한 단계로 옮겨질 것이다. 적어도 가까운 상태에 그러한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시간 문제로 보아야 좋을 것이다.
그러나 번역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문학의 세계적 진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번역이 수단이나 방법에 관한 문제라면 어떤 성질의 문학이냐 하는 것은 좀더 중요한 근본문제다. 만일 번역된 한국문학이 미국문학이나 영국 문학이나 또는 그밖에 아무데서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구태여 한국문학을 꼭 번역해야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훌륭한 여러 나라의 문학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지금 특별히 한국문학을 번역한다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나라의 문학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가치가 한국문학 속에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번역이 완전히 행해질 수 있다고 해도 그러한 독자적인 가치가 없다면 한국문학의 세계적 진출은 이루어 질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내일의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 속에 자리를 잡으려면 한국 문학이 독자적인 가치와 성질도 창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니까 내일의 한국문학은 한국사람이 쓴 문학이 아니라 한국적인 문학이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한국적인 문학이란 어떤 성질의, 어떤 형식의, 어떤 성격의 문학을 말하는 것이 될까. 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적이라는 것을 너무 한정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위험성이 언제나 개재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문학에 있어서의 민족적인 본성이란 그 매개체인 언어나 문자로써 형식적으로는 명확히 구별되지만 그 내용적, 성격적 특성은 문학이란 일반적 성질에 융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분명히 지적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형태로서든지 한국적인 것밖에는 없고 그것이 아무리 미묘하고 불명확하더라도 그것을 개발하고 그것을 재창조해 갈 수밖에는 없다.
우리가 쉽게 말해 볼 수 있는 것은 가령 문장의 율조에 있어 3·4, 4·4, 2·3조와 같은 것은 우리의 고유한 율조이고 작품의 사상적 배경이 불교나 유교에 근거된 것이 많다는 것도 서양문학과는 구별되는 우리문학의 한 특색이라는 점이다.
유교는 동양사회에 공통된 종교적·사회적인 산물이지만 예를 들면 일본의 그것과 비교해도 아주 다른 점이 많다. 이것은 우리의 생활 감정이나 정신구조가 동일한 동양사회에 있어서도 다른 점을 의미한다. 신라 향가에 보이는 초 현세적인 생활기풍, 이조 때의 시조에 많이 엿보이는 한의 감정 같은 것도 모두 우리 문학의 독자적인 성질이요, 가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밖에도 우리의 고유하고 독특한 수사방식은 의외로 많다. 이러한 모든 것이 다 옛날의 우리 문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오늘의 우리 현대 문학 속에도 다양하게 담겨져 있다. 그러한 우리의 독자성을 어떻게 우리의 현대 문학 속에 좀더 풍부히 심화 확대 시키느냐하는 것이 문제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38선으로 국토가 양단된 우리 한국사람에겐 우리의 고유한 고민과 이상이 있다.
지리적 조건은 물론 정치적·경제적인 여러 가지 특수한 여건은 한국사람의 고민과 이상을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는 다른 성질로 형성시켜주고 있다. 그러한 우리의 고민과 이상은 적어도 미국사람의 또는 영국 사람의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한국 문학이 한국의 독자성을 살리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이 일은 오로지 한국 문학인의 능력에 달려있다. 내일의 한국 문학은 이러한 능력 위에 찬란히 꽃 피어야 할 것이다. <끝> [제자=철농 이기우] [조연현(문학평론가)]

<시리즈 차례>
①전통의 문제점
②근대화의 특수성
③동유성과 보편성
④가치권의 변천
⑤번역의 과거와 현재
⑥한국문학의 현실
⑦한국문학의 내일과 그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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