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촌에 희사한 여름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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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학생들은 클럽활동을 통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좋은 체험을 얻는다. 성인이 된 후에도 학생시절의 클럽활동은 그 사람의 생활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인상깊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외국의 학생들은 학교공부와 맞먹는 열의를 다양한 클럽활동에 쏟고 있다는데 우리 나라 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각 대학 및 여고생들의 클럽을 순례해본다.
샛별은 이화여고생들의 농촌계몽 클럽이다. 1954년에 창설되어 16년간 3백38명이 이 모임을 거치면서 더욱 샛별의 전통을 굳히고 있다.
당시 고3 주영숙양이 9명의 뜻맞는 친구와 함께 시작한 이 모임은 『빛이 올 것을 예고하는 선구자로서 남들이 빛을 잃어도 늘 빛나라』는 바람에서 샛별이라 이름 짓고 농촌계몽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간 곳이 충남 안면도 승언리(가호 2백, 인구 1천). 매년 여름방학마다 고등학교 l∼2학년생들로 조직된 샛별의 계몽을 받은 승언리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고, 겨울방학마다 방문하는 보육원, 고아원에도 많은 사랑을 심어 주었다.
평소 샛별은 학교청소, 매점경영 등으로 봉사를 몸에 익힌다. 매점에서는 학용품과 빵을 맡아 학우의 편익을 돕고, 이익금은 계몽과 고아위문에 쓴다.
10년간의 안면도 계몽은 주민의 생활개선과 문맹퇴치에 중점을 두었다. 처녀들을 모아 은하수클럽을 조직하여 위생, 교양, 수예, 집안개선에 대한 지식을 보급했다. 안면도가 섬 지방인 때문인지 어린이의 상당수가 부모를 갖추고 있지 못해 어린이 교육이 큰 문제였다. 하계학교와 성경학교에서 한글과 성경, 찬송을 가르쳤고, 9백14명의 문맹어린이가 한글을 깨우치게 되었다.
7차 년도부터 시작된 의료봉사는 의사, 간호원들의 지원으로 연평균 5백여명의 질환을 치료했고 기증한 가축과 묘목은 마을생계를 돕고있다.
안면도 봉사가 끝나자 수많은 학교의 계몽대들 중에서 독특한 전통을 세워온 샛별은 안면도에서 세운 공로로 64년 경향교육상 벽지계몽상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 65년에는 강원도 황둔리(5백호 인구 3천)에서 새 활동을 시작했다. 안면도 계몽을 교훈으로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을 골랐다.
이곳 주민은 조그마한 도움을 받아 스스로 몇 배의 수확을 거두는 의욕에 찬 사람들로 이러한 황둔리의 소식을 들은 광화문 라이언즈·클럽과 시카고 교회에서 원조를 보내 오고있다.
황둔리에서는 3년만에 문맹어린이 1백5명을 깨우치고, 처녀회 52명, 부녀회 39명을 조직하여 교양강좌를 실시하고 부업이 될 돼지·뽕나무를 마련해주었다.
7∼8명의 의료반의 도움으로 매년 주민치료에 힘써 어떤 활동보다도 가장 효과 있고 직접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68∼69년에는 휴전선 근처의 사정으로 황둔리 계몽을 중단하고 경기도 마산리와 목동리에 의료봉사를 실시했으나 금년 여름방학에는 다시 황둔리 계몽을 계속할 예정이다.
『우리가 돕는 남(타인)은 단순한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창설 당시부터 17년간 샛별을 지도해 온 이인수 교사의 신념이다.
그리고 흔히 농촌계몽이 그 지방사람들에게 도리어 반감을 사게 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한 것은 계몽하는 사람이 한계단위에 서서 지도하는 태도를 취하는데에 원인이 있었다고 지적하는 이교사는 샛별회원들이 오늘과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그들과 함께 배우고 일하는데서 공감을 느끼고 친근감을 자아내게 했기 때문일 거라고 말했다.
『남을 돕지만 봉사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며 우정을 발견하니 자기에 대한 이익이 오히려 크다』고 회원 이미리(고3)양은 말한다. 어린 샛별이 자라 대학생 샛별, 부녀 샛별로 뻗어 오래도록 사회의 꿋꿋한 봉사회가 되는 것이 샛별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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