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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핑퐁처럼 한·중은 바둑으로 우의 다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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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3 한·중 의원바둑교류전 참석자들. 앞줄 왼쪽 여섯째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인 두잉 위원, 쑨화이산 정협 상무부비서장, 마뱌오(馬?) 정협부주석, 원유철(새누리)·최규성(민주)·이인제(새누리)·유인태(민주)·정우택(새누리)·김기선(새누리)·박상은(새누리)·설훈(민주)·노영민(민주)·배기운(민주) 의원. [사진 한국기원]

2013 한·중 의원바둑교류전이 베이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이하 정협) 회관에서 12, 13일 이틀간 열렸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기우회장인 원유철 의원(새누리당·5단)을 단장으로 국회 최강자인 김기선 의원(새누리당·7단)과 최규성 의원(민주당·5단), 이인제 의원(새누리당·5단), 유인태 의원(민주당·4단), 정우택 의원(새누리당·5단), 설훈 의원(민주당·2단), 박상은 의원(새누리당·2단), 노영민 의원(민주당·2단), 배기운 의원(민주당·3단) 등 10명이 참가했다. 중국 정협 측에서도 쑨화이산(孫懷山) 정협상무부비서장을 단장으로 베이징과 산둥, 허난, 광둥, 쓰촨, 우한 등 전국의 정협 위원 가운데 바둑 강자들이 한국 대표단을 맞이했다. 이날 행사는 한·중 입법부간 첫 문화교류 행사이자 ‘반상(盤上) 외교전’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정협 뤄푸허(羅富和) 부주석은 인사말에서 “바둑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오래 된 동양의 전통이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회담 의미를 살려 돈독한 한·중 관계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바둑팬인 시진핑 주석은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에게 중국기사인 창하오(常豪) 9단을 소개하며 “석불(石佛, 이창호 9단을 지칭함)을 이긴 기사다. 요즘 중국 바둑이 강해져서 석불을 이기는 기사가 더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자랑해 화제가 됐었다. 원유철 단장은 “미국과 중국은 핑퐁으로 외교를 열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게임인 바둑을 통해 우의를 다지자”고 화답했다.

 12일 첫날 대결에선 한국 국회가 5대4로 이겼다. 김기선 의원이 정협 최강자이자 중국 중신그룹 이사장인 창쩐밍(常振明·7단) 위원을 이겼고 이인제 의원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인 두잉(杜鷹) 위원을, 배기운 의원은 푸팅안(付廷安·3단) 산둥시 정협위원을, 설훈 의원은 우위화(吳玉華) 베이징시 사회·법제위원회 주임을 이겼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광저우시 부시장 왕둥(王東) 위원을 이긴 유인태 의원. 비세의 바둑을 막판에 뒤집어 반 집 차로 한국의 5대4 승리를 이끌었다.

 13일의 2차전에선 한국이 4대6으로 졌다. 김기선 의원과 유인태 의원이 2연승을 거두며 활약했으나 창쩐밍 위원이 비행기를 연기하며 분투하는 등 정협 측이 크게 선전해 종합 스코어를 1대1로 만들었다.

 폐막식에서 쑨화이산 단장은 “때마침 오늘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석”이라며 “이틀간의 열전으로 쌓은 우호적 감정을 경제·문화로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고 원유철 단장도 “오늘 뜻깊은 칠월칠석 대회를 계기로 내년 한국에서 열릴 2차 대회도 칠석날에 열자”고 제안해 박수를 받았다.

 중국은 바둑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한 나라여서 정계와 재계에 바둑팬들이 부지기수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국정을 총괄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최강자 급으로 꼽히고 있고 주샤오단(朱小丹) 광둥성 성장도 바둑 애호가로 유명하다. 이번 한·중의원 바둑교류전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각별했다.

베이징=박치문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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