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샌 김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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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납북 도중의 JAL기가 김포공항에 유도되어 착륙한 직후부터 하룻밤을 지샌 1일 새벽까지 기체 내부와「관제탑」간에 오고간 대화를 시간에 따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는 평양이다 환영한다 내려라>
◇31일 하오 2시 20분
▲강릉에서 출동한 한국공군 F-5A기 조종사,『기장, 「이따즈께」로 돌아가라.』
▲기장 『지금 여기는 그럴 사정이 못된다.』
◇3시 5분
▲기장 『평양 나오라. 평양에 착륙하고싶다.』
▲김포공항 지상통제소(GCA)『여기는 평양, 여기는 평양.』
◇3시 30분
▲JAL 김포지사장 산본(야마모도)씨, 직원 정완근씨, 공항 윤모소령 휴대용 「스피커」를 통해『여기는 평양이다. 환영한다. 비행기에서 내려라.』
▲범인 『북괴기나 김일성 초상화 등 증거를 보여라』
◇3시 40분
▲산본(야마모도)씨 등 「트랩」을 갖다대며 『여기는 평양이다. 빨리 문을 열어라.』
▲범인 『아무래도 평양같지 않다. 서울같다.』 범인들 멀리 있는 미군 4∼5명을 가리키며 『저 외국인들은 누구냐?』 의심을 품기 시작.
▲야마모도씨 등『여기는 평양이다.』
◇4시 10분
▲이시다 기장 『공기가 탁하다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달라.』(혹시 마취「개스」를 넣어 달라는 것이 아닌가 추측됨.)

<"빨리 이륙하라." 북괴 방해 전파도>
◇4시 46분
▲기장 『시동에 필요한 「파워」를 달라.』
◇4시 5O분
▲기관원이 인공기와 김일성 사진을 제시.
◇4시 55분
▲김포 미군기지 「레이다」는 괴 전파를 포착했다. 118·1MC인 이 전파는 『거기는 평양이 아니다. 빨리 이륙하라.』 당국은 이 괴 전파를 북괴의 방해전파로 판단.
◇5시
▲야마모도 지사장과 윤소령 휴대용「스피커」로 『여기는 평양이다. 여러분을 충심으로 환영한다. 동무들 환영한다.』
▲범인 『이상하다. 서울 같다.』
▲윤소령 『무슨 소리냐. 여기는 평양 교외 군사기지다. 여러분들이 급히 오는 바람에 환영준비를 못 했다.』

<증거를 보여 달라 환영준비 못했다>
▲범인 『증거를 보여라.』
▲윤씨 『이곳은 군사기지라 위장하기 위해 깃발을 안 달았다. 곧 가져오겠다. 어서 내려서 쉬라.』
▲범인 『잠깐 기다려라.』(잠시 안에서 의논하러 들어감.)
◇5시 4분
▲기장 『공기 나쁘다. 승객 3명 질식상태다. 더운 공기를 공급해 달라.』
◇5시 10분
▲관제탑 『장비를 구하고 있다. 중환자 발생하면 지원하겠다.』

<음식이 필요한가? 「배터리」를 보내라>
◇5시 25분
▲관제탑 『음식이 필요한가. 보내주겠다.』
▲범인 『무전「배터리」가 다 닳아간다. 「배터리」를 보내달라.』
◇5시 30분
▲기장 『GPU(지상 동력장비=충전장치)를 달라. 우리는 산소가 부족하다.』
◇6시 2분
▲범인 『여기가 평양이라면 여기서 북쪽으로 1백「마일」 더 가자.』
▲관제탑 『여기는 평양인데 더 큰 비행장은 없다.』
◇6시 25분
▲범인 『31일자 노동신문을 가져 오라.』
◇7시 10분
▲범인 『내일 아침까지 그대로 대기하겠다. 고위층이나 JAL 직원을 만나게 해달라.』

<범인들 무기휴대 기장이 쪽지 던져>
◇7시 30분
▲기장이 종이「컵」에 범인들이 무기·칼·대검 등을 갖고있다고 적어 던짐.
◇7시 37분
▲범인 『항공기에 손대지 말라. 한국인 11명이 납북된 사실을 알고있지 않으냐.』
◇8시
▲대책본부 위장전술을 포기, 대한민국 정부의 「메시지」를 방송한다고 예고.
◇8시 11분
▲범인 『물·음식을 보내달라.』
◇8시 3O분
▲관제탑 『음식을 먹고 난 다음 할 이야기 있으면 쪽지에 써보내라. 다른 승객들을 내리게 하면 너희들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
◇8시 45분
▲김봉균 치안국 외사과장 「라우드·스피커」로 방송 『여기는 김포공항이다. 너무 버티지 말고 승객들의 안전문제가 있으니 우리가 하라는 대로하라. 북으로 보내지 않겠다. 무고한 승객들을 고통에서 풀어주고 못살게 굴지 말라.』
▲기장 『잘못 알아들었으니 다시 방송해 다오.』

<승객들을 풀어라 범인들 자폭 위협>
▲범인 『우리의 답변은 「타워」를 통해 하겠다.』 한참 의논 후 『안된다. 우리 요구를 안 들어주면 자폭하겠다.』
◇9시 20분
▲「가나야마」주한 일본대사 『여기는 대한민국이다. 너희들이 타고있는 JAL기는 앞바퀴가 활주로 밖에 벗어나 이륙하기 곤란하다.』
◇9시 50분
▲기장 『「에어컨」을 넣어달라.』
◇10시 30분
▲범인 『모포를 넣어달라. 「가나야마」대사를 만나게 해달라.』
▲기장 『지금 범인들이 흥분하고 있다.』
◇10시 35분
▲범인 『「가나야마」대사나 「야마모도」지사장을 만날 수 있는지 확답해달라.』
◇11시 10분
▲기장 『지금 범인들이 갖고있는 폭발물로 비행기는 충분히 폭파된다.』
◇11시 25분
▲기장 『내일 아침 이륙할 수 있게 해달라. 북괴에 연락해달라. 지금 기내에는 상당한 폭발물이 있다.』
◇11시45분

<꼭 가고 싶거든 희망자만 가라>
▲「가나야마」대사 『나는 일본대사다. 한국정부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아무 죄 없는 승객들을 어떻게 북으로 데려 가겠느냐. 이북이 꼭 가고 싶다면 내가 눈물로 호소하니 희망자만 데려가는 것이 어떠냐?』
▲기장 『승객을 태운 채 그대로 가겠다. 지금 심정은 후쿠오까에서와 같다.』
◇1일 새벽 0시 5분
▲「가나야마」대사는 승객대표 마쓰모도씨와 통화했다.
마쓰모도씨 『아침 7시 10분부터 지금까지 기내에서 단련을 받았다. 심신이 괴롭고 피로하다. 이 이상 더 계속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 같다.』
◇1시 45분
▲정래혁 국방장관 관제탑에서 범인들에게 「메시지」 낭독.
▲범인 묵묵부답.
◇5시 45분
▲관제탑 『JAL 승객중 하구청씨의 아버지 하구국차랑씨가 5시간 전 일본 「미야사끼」병원에서 「쇼크」로 죽었다. 하구청씨 만이라도 석방해라.』
▲범인 『본인에게 소식은 전하겠으나 석방은 못한다.』
▲관제탑 『일생 한번 맞는 부친상인데 석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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