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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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보사부는 지금까지 내버려 두었던 어린이용 장난감의 일부를 수거, 검사해 본 결과 어린이 장난감에 무서운 독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더우기 한 두살 짜리 유아용 장난감 중에서 독성이 가장 많이 배출되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유아들은 장난감을 입안에 넣어 빠는 습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아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노는「플라스틱」이나「셀룰로이드」제품의 장난감에 묻어 있는 공업용 색소가 아이들에게 큰 해독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는 장난감 표면에 묻어있는 색소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아기들이 오래토록 빨고 있으면「플라스틱」안에 무반응상태로 숨어 있던 유독「포르말린」이 새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제 장난감 공해는 사회문제로 개탄될 단계를 넘어서서 국가가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4일 보사부가「플라스틱」제 장난감의 단속을 강화,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호하라고 전국 시·도에 지시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국의 상기와 같은 지시가 장난감 공해 해소에 얼마만한 역할을 할 것인지의 의심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파문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행정기관·연구기관등 어느 곳을 잦아 보아도 장난감의 실태와 장난감 공해에 대한 통계·자료등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아마 우리 나라에는 그러한 것을 집계하고 자료를 모으는 곳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기들에 대한 애정의 표적으로서 우리들은 가끔 장난감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장난감 공해의 실태에 대해서 캄캄한 상태, 무방비상태에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바와 같이 장난감 제조업자는「식품위생법」에 의해 무엇보다도 먼저 보사부장관의 제조허가를 받도록 규제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사부장관의 인가를 받았다는 업체광고는 거의 한번도 눈에 띈 일이 없었다.
현재 완구공업협동조합에 2백여명의 업자가 가입되어 1천2백여종의 장난감을 만들고 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밖에도 2, 3명이 집안에서 장난감을 마구 만들어 내는 업자도 있을 것이다.
또 대부분의 장난감은「공산물품질관리법」의 적용을 받게되어 있으므로「식품위생법」 과 함께 사실은 공해로부터 유아나 아동등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조치는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특히 「플라스틱」제품의 경우「품질표시」가 된 장난감은 없다.
끝으로 식품위생법에 의하면 보사부는 모든 장난감을 수시로 수거할 수 있고, 검사할 수 있고, 저질품은 전량수거·폐기시킬 수도 있고, 심지어 업자의 제조허가 취소처분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보사부 안에 있는 「아동과」에 대해서 이러한 모든 일을 당장 해내라는 것은 인원·예산 면에서 볼 때 너무 무리한 주문이 될 것이다.
요컨대 현 단계에서는 제조업자들의 양심만이 어린이를 장난감 공해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열쇠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이 이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정부도 업자도 그리고 모든 어버이들이 이 나라의 어린이 보호에 보다 많은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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