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뛰면 축구실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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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 빠리(빨리 빨리)!"

19일 전남 목포 유달경기장. 14세 이하 유소년 대표팀이 훈련을 하는 이곳에 조그마한 외국인이 선수들과 몸을 맞부딪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1년 남짓한 브라질 출신의 에베랄도 실바(47)감독이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브라질 청소년과 올림픽대표팀의 감독을 역임했다. 93년 당시 17세의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를 청소년대표팀에 발탁한 것도 그였다.

그는 "호나우두는 그때부터 워낙 뛰어났다. 누구라도 그를 뽑고 싶어했을 것"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그때 맺은 인연은 지금까지도 돈독하다.

그의 지도방식은 언뜻 보면 무슨 놀이처럼 보인다. 자신이 직접 선수들과 함께 운동장을 누비면서 볼을 차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꼼꼼히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축구가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으면서도 전술적인 그 무엇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제대로 된 훈련"이라는 것이 그의 축구지도 철학이다. 이리동중 1학년 정안성(14)군은 "매일 하나씩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조정'을 자주 강조한다. 신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축구 테크닉의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선수들은 오른발.왼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왼쪽과 오른쪽 어디로든 자유롭게 볼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세세한 기술을 그는 무서운 '감독'이 아니라 푸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전수한다. 그는 "분명 잘 할 수 있는데도 어린 선수들이 어딘가에 매여 있는 것 같다. 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창조적인 플레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테크닉은 좀 달리지만 하나만 얘기해도 이에 즉각 반응하는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보신탕만 빼고 한국 음식은 다 먹는다"고 자랑했다.

목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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