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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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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심이 뛰논다. 봄은 개구장이들을 동구 밖으로 내 몰았다. 활짝 갠 하늘을 향해 어린이의 마음은 동화책처럼 즐겁다. 겨울은 지리했다. 마음껏 얼음을 지치고 신나게 눈 비탈을 탔어야 할 겨울-. 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은 놀이터와 노리개의 가난 속에 아무래도 겨울은 지리했다. 봄볕이 따스한 서울남산 어린이동산의 쭉 뻗은 골조 「돔」에게 계절의 전위들이 버들가지모양 주렁주렁 매달렸다. 앙상했던 나무가지에 꽃망울이 피듯이-.
꽃 소식은 북으로, 갯바람에 굴조개는 살찌고. 동물원의 쇠창살 안쪽에도, 봄처녀의 미끈한 각선에도, 그리고 골목마다 넘치는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하여 「심퍼니」의 화음처럼 봄의 소리는 사위에 찼다.

<글·사진 김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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