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시민 아파트에 갇힌 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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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파트」5층 꼭대기에서 어린이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천만다행 이도 크게 다치지 않아 부모와 더불어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쉬었다.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최근에 서울에는 4백여개의 시민「아파트」등「아파트」가 많이 들어섰으나 그 시설이 말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더니 마침내 어린이가 떨어진 불상사를 냈다.
시민「아파트」의 건축을 담당하는 당국자들도 어버이임에 틀림없으며 설계업자·시공업자도 역시 자녀들이 있는 사람들인데도 어쩌면 이다지도 어린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가「붐」을 타기는 2년 전부터이다. 당시 아동 복리를 주관하는 보사부장관은「아파트」를 지을 때는 어린이 놀이터·병실·탁아소 등을 병설하는 것을 법제화 해주도록 건설부장관에게 건의한바있어서 어떤 정책적인 반영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으나 그 뒤 흐려져 버렸었다.
요즈음 서울특별시에서는 구마다 어린이집(탁아소)을 설치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도무지 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민「아파트」에 자기 비용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는 독지가가 나타나도 장소 제공조차 해주지 못할 뿐더러 장소를 입찰가격으로 사되 분할 불입하겠다는 애원마저 외면하고 있으니 복지정책은 말에만 그치고 있다.
몇천 가구씩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어린이 식구만 해도 수천 명이 되는데 이들을 위한 아무런 배려 없이 집을 짓고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곳에 아이들의 발길이 닿도록 버려 두는 것이 당국이나 사회가 할 일이겠는가.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아파트」옥상을 어린이 놀이터로 제공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먼저 보안 책을 갖추고 어린이를 교육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을 한사람쯤 채용해 놓은 연후에나 할 일이다.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뛰놀며 이웃 아이들과 사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곁에서 올바르게 지도해주는 사람이 있는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버이 된 우리들의 책임이 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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